[사설] 설득력 떨어지는 ‘사이버司 정치 글’ 수사결과
입력 2013-12-20 02:28
전·현직 사령관 문책하고, 軍검찰이 전모 밝혀야
국방부 조사본부가 19일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정치 글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심리전단 요원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은 정치와 관련된 1만5000여건을 포함해 총 28만6000여건이라고 조사본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심리전단의 이모 단장과 요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이 단장은 요원들에게 천안함 폭침 사건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라”는 ‘과도한’ 지시까지 내렸으며, 수사가 시작되자 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일부 삭제했다고 한다. 조사본부는 논란거리 중 하나였던 국가정보원 및 청와대와의 연계설을 부인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내역과 이메일 조회,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실시했으나 국정원 또는 청와대와의 연계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글 규모와 생산 과정 등이 대체적인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현직 사이버사령관이 심리전단 단장에게 정치관여를 지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조사본부 발표가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사령관 지시도 없이 단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요원들에게 정치성향 글을 올리도록 지시했고, 그에 따라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뜻인데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심리전단 단장과 일부 요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소위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현 청와대 국방비서관인 연제욱 전 사령관과 옥도경 현 사령관에 대해선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문책을 검토 중이라고 조사본부는 전했다. 국정원에 이은 군의 정치 글 파문으로 그동안 정국이 얼마나 혼란스러웠고, 국력이 얼마나 낭비됐는가. 심리전단 단장은 직위해제까지 당했고, 지시를 받고 글을 올린 요원 10명이 군 검찰로 이첩된 상황인데 사이버사령관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점도 비정상이다. 신속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군 검찰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내놓아야 한다. 심리전단 단장과 요원들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도 정치 개입이 불법인 줄 뻔히 알았을 텐데, 자발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수사 대상인 심리전단 요원 100여명 가운데 10명을 군 검찰에 송치한 기준도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재발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군은 정권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들의 대남 선전선동에는 적극 대응하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국방부가 약속한 심리전단의 업무지침 구체화, 정치적 중립성 위반 여부를 검증할 사이버심리전 수행위원회 구성 외에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조치들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