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적완화 축소된다지만 대응은 차분하게
입력 2013-12-20 01:37
마침내 내년 1월부터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가 시작된다. 그런데 각국 경제주체들의 대응은 지난 6월의 이른바 ‘버냉키 쇼크’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QE 축소 발언으로 신흥국에서는 유동성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이처럼 QE 축소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으며 피할 수 없는 사안인 점을 감안할 때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그간의 대대적인 QE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2008년 9월 이후의 글로벌 금융·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했던 비정상적인 통화 공급 확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QE 축소는 지난 5년 가까이 이어졌던 비정상의 정상화이며 FRB가 미국 및 세계경제 회복 가능성을 전망하면서 그에 상응한 통화정책을 구체화한 것이다.
FRB는 18일(현지시간) 그와 같은 결정을 발표하면서 함께 내놓은 보고서에서 QE 축소가 단계적으로 이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급격한 유동성 위축은 야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호응하듯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시장의 불안감이 불식된 것으로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경제에 대한 회복 기대감은 수출 위주의 성장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도 긍정적인 재료가 아닐 수 없다.
다만 QE 축소는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당장 19일 코스피지수의 경우만 해도 QE 축소 결정 소식에 상승세를 보였으나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추세가 확대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엔·달러 환율이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104엔대를 돌파해 원고·엔저로 인한 수출 애로를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QE 축소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이 빠져나와 한국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국은 QE 축소 발표 이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전날보다 하락했으며 신흥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기초 여건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유동성 유출입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7개월째 동결되고 있는 기준금리도 이제 새로운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 그간 통화 당국은 경기를 감안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저울질한 것으로 보이지만 QE 축소를 계기로 거꾸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원고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부풀어오른 가계부채, 미흡한 실물경기 회복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통화 당국과 수출기업들의 치밀한 대처가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