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이 대선 공신 자리 챙길 때인가
입력 2013-12-20 01:27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19일 대선 1주년 기념식에서 “국민 대통합이라는 거대한 슬로건 아래 동참했던 주요 인사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담판을 지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정치권 인사들을 취업시켜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당 중진의 이런 발언은 지난 10월 정우택 최고위원, 11월 유기준 최고위원에 이어 세 번째다. 국민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낙하산 인사를 당연한 것처럼 연이어 요구하는 강심장이 놀랍다.
이들이 바라는 자리는 주로 공직이나 공기업 임원이다. 선거를 도우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체득한 사람이라면 이런 자리가 적임일 수도 있다.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 개혁의지를 바탕으로 성과를 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성 결여로 인해 실패하는 사례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이런 요구를 한 것은 대선 논공행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당 안팎의 불만을 대신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선 때 당이나 캠프에서 열심히 뛰었음에도 크든 작든 자리 하나 꿰차지 못한 사람은 아주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고 공직이나 공기업을 정치 백수들의 놀이터로 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청와대와 내각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중진의원이 할 얘기는 아니다. 혹여 김 의원이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표를 모으기 위해 총대를 멨다면 더더욱 부적절한 언행이다.
사실 김 의원 요구와 상관없이 논공행상 성격의 낙하산 인사는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도로공사 사장, 한국마사회 회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코레일 사장 등은 모두 당이나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지 않으면 1∼2년 안에 대부분의 공기업 임원이 대선 공신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정말이지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려면 내 사람 챙기기 대신 널리 인재를 찾아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