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우울한 2013년말] 보너스는 꿈도 못꿔… 424명 줄징계

입력 2013-12-19 02:36


연말보너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야 할 연말이지만 금융권 분위기는 확 가라앉아 있다. 은행권은 수익성 악화와 잇단 비리 사고로 속병을 앓고 있고, 2년 만에 거래대금이 절반으로 준 증권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걱정할 처지다.

올 연말 은행권에서 보너스는 자취를 감췄다. 2010∼2011년 대규모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과 대조된다. 임금 역시 소폭 인상 내지 동결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내년 임금은 올해 수준으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서 공적자금을 받으면서 맺은 경영개선약정(MOU)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MOU에 따라 1인당 영업이익, 총자산수익률(ROA) 등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임금과 복지 수준이 동결된다.

다른 은행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은행의 임금 인상률은 지난 9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사측과 타결한 2.8%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사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외환은행은 인상률을 2.8%로 확정했고, 임협을 진행 중인 국민·하나·농협은행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비해 순이익이 반 토막 나고 고액 연봉 논란으로 은행권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황 속에서 연말보너스는 언감생심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은 3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의 검사는 더 엄격해졌다. 올해 금융감독원이 개인신용정보 부당조회, 차명계좌 개설 동조 등 부당·부실 영업 및 비리와 관련해 징계한 은행권 임직원은 424명이다. 이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관련 징계 이후 최대 규모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85명, 이어 제주은행 68명, 우리은행 53명 등의 순이다.

내년에도 고강도 검사와 제재는 이어질 전망이다. 파이시티 신탁 상품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특별검사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은 내년 초 종합 검사를 받을 예정이고, 국민은행은 도쿄지점 부당대출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신한은행은 정치인 계좌 불법 조회로 특별 검사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0월부터 종합검사를 받고 있으며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재직 시 과도하게 미술품을 구매했다는 의혹 등이 드러나면서 검사 강도가 높아졌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