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호등교회 초청예배, 아름다운 식사 대접… 은퇴 목회자 섬기고, 선배들 경험도 배우고
입력 2013-12-19 01:38
안절부절 못하던 김기복 목사의 얼굴이 활짝 폈다. 전종근(92) 은퇴목사가 예배실 문을 열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인천 계산동 신호등교회(신철호 목사)에서는 17일 ‘은퇴목사회 부부 초청 축복예배’가 열렸다. 이 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평북노회의 은퇴 목회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대접하는 소박한 행사였다. 노회에서 가장 연장자인 전 목사는 경기도 분당에서 지하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 예배에 참석했다. 전 목사가 교회로 오기까지 3시간 가까이 연락이 닿지 않자 참석자들은 무사히 오는지 확인할 수 없어 애를 태웠던 것이다.
노회 총무인 김 목사가 광고 시간에 “전 목사님도 무사히 도착하셨다”고 소개하자 노회원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뭘 걱정하네. 아무 걱정말라우.” 전 목사는 쩌렁쩌렁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후배들을 안심시켰다. 전 목사가 노구를 이끌고 인천까지 온 것은 후배 목회자들의 정성이 고마워서다. 그는 “우리 교단 60여개 노회 중에 은퇴한 목회자들을 이렇게 정성껏 모시고 대접해주는 곳은 평북노회뿐”이라고 자랑했다.
예장 통합 평북노회는 북한의 평안북도 출신 목회자들이 소속돼 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교회를 세워 일으켰던 이들이 이제는 후배들에게 교회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떠났다. 여전히 고향은 갈 수 없는 곳으로 남아 있지만 대신 함께 목회했던 동료들끼리는 이북에 남겨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이런 가족 같은 노회 분위기 덕분에 은퇴목회자를 모시는 행사가 3∼4개월마다 한 번씩 열렸다.
신호등교회는 이날 은퇴 목회자들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했다. 장로가 직접 수산시장에서 회를 떠 오고, 권사와 집사가 아침 일찍부터 갈비를 푹 고아 탕을 끓였다. 40여명의 은퇴 목회자와 30여명의 사모들은 거뜬히 갈비탕 한 그릇씩을 비웠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사모는 “젊을 때는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어찌 저 세월을 견뎌내셨을까 참 부러웠는데, 내가 은퇴하고 보니 마음이 많이 허전했다”며 “교회가 우리를 불러주고 함께 만나 얼굴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평북노회는 간간이 개최해 온 은퇴목회자 초청 행사를 내년에는 매달 열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노회에 소속된 개척교회 4곳이 힘을 합쳐 행사를 연다. 신 목사는 “대선배들을 가까이서 모시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우리 노회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지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