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육필 에세이집 ‘미처 다하지 못한’ 20여년 만에 발간

입력 2013-12-19 02:30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사진)이 생전에 남긴 육필 원고와 미완의 노래들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위즈덤하우스는 18일 저작권을 가진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고인이 남긴 일기, 메모, 노랫말 등 다양한 기록을 ‘미처 다하지 못한’이란 제목의 에세이집으로 펴냈다고 밝혔다. 날짜가 적혀 있거나 때론 언제 썼는지 알 수 없는 그의 글에는 ‘신화가 된 뮤지션’이 아니라 한 인간의 진실하고 내밀한 고백이 담겨 있다.

‘파트 1. 겨울은 봄의 어제, 봄은 겨울의 꿈…혼자 부르는 노래’에서는 세상에 알려지기 전, 무대를 꿈꿨던 청년 김광석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라면과 소주, 쓸쓸한 뒷모습, 흙먼지 /신촌포장마차, 고춧가루 뿌린 우동 가락 /깡마른 친구의 김 서린 안경 너머로 세상은 맑게 빛날까?”(겨울생각)

그룹 ‘동물원’ 활동을 시작하며 ‘거리에서’ ‘사랑했지만’ 등의 주옥같은 노래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시절 기록은 ‘파트 2. 악보에는 마침표가 없다…거리에서 부르는 노래’로 이어진다. 1000회가 넘는 소극장 공연 무대에 서서 관객의 환호를 받으면서도 허전함을 감추지 못하며 쉼을 갈망했던 그의 모습이 안쓰럽고 아리게 다가온다. “공연이 중반을 넘어섰고, 다들 축하해주고 열심이었다고, 특종이라고 악의 없는 칭찬들이다. 나의 마음속에 일고 있는 허전함의 본질은 무엇인가…즐겁지 않은 이유를 모른 채 나는 즐겁지 않다.”(심연)

‘파트 3. 꽃이 지네 눈물 같이…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에선 그가 끝내 부르지 못했던 노래들을 만날 수 있다. 5번째 정규 앨범을 준비하던 1996년 1월 갑자기 세상을 떠난 그는 일기와 악보, 메모지 등에 60편의 노래 가사와 음표들을 남겨두었다. 그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뜨거워진 추모 열기는 이 책 발간으로 더 뜨거워질 듯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