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통상임금 기준 제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면 모두 통상임금”
입력 2013-12-19 02:33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근로자가 임금 외에 받는 급여 중 어떤 것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명백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한 기존 판례를 이어가면서도 소급 청구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한을 두면서 절충점을 찾았다.
대법원은 급여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됐다면 명칭과 관계없이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이 그동안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온 판례와 같은 흐름이다. 우선 급여가 통상임금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미리 정해진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대법원은 “기간과 상관없이 정기적으로만 지급되면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일정한 조건이나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돼야 하며, 업적이나 성과와 관련 없이 고정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내일 당장 퇴직한다 하더라도 근로의 대가로 당연히 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을 뜻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 3가지 요건에 의거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급여를 구체적으로 구분했다. 근속수당과 기술수당,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특히 정기상여금은 다른 수당에 비해 금액이 커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두고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쟁점이었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금와리무진 사건에서 처음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정기상여금은 잇단 소송의 발단이 됐다.
반면 대법원은 부양가족 수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는 가족수당,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 비정기적으로 나오는 상여금과 명절 귀향비, 휴가비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런 구체적 기준은 전국 각급 법원에 계류돼 있는 160여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판단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급여를 통상임금에서 빼기로 한 노사 합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모두 무효라고 판시했다. 때문에 근로자는 노사 합의 때문에 제대로 받지 못한 수당 부족분 등에 대해 지난 3년치에 한해 원칙적으로 소급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근로자들의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은 모든 소급 청구를 인정할 수는 없다며 단서를 달았다. 과거 노사가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추가 임금 청구가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정도에 이른다면 그동안 받지 못한 수당을 소급 청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인복, 이상훈, 김신 대법관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임에도 신의칙을 근거로 무효 주장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추가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는 소급 청구할 수 있지만 회사 경영이 위태로울 정도의 액수라면 소급할 수 없다는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법원 관계자는 “노사가 소급 부분 지급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결국 소송을 통해 법원 판단을 받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Key Word-통상임금
통상임금은 기본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을 뜻한다. 월급·주급·시간급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총칭하는 말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등장하는 개념이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82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마련했는데 여기에는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보통 연봉은 기본급과 상여금을 더해 책정되는데 지금까지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 개념이 명확해졌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임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직무수당·위험수당처럼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지만 연월차수당·연장근로수당처럼 근로자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