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브라질에 망명 요청 서한
입력 2013-12-19 01:34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행위를 폭로한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브라질에 망명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7월부터 러시아에 1년 기한으로 임시 망명 중인 스노든이 도·감청 행위에 강력 반발해 온 브라질에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다.
스노든은 브라질이 자신의 정치적 망명을 받아들이면 당국이 진행 중인 NSA의 도·감청 행위 조사에 협력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는 서한에서 “브라질의 여러 상원의원이 브라질 국민을 상대로 미국이 저지른 범죄 의혹을 조사하는 데 적절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미국 정부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어떤 국가가 영구 망명을 허용할 때까지 미국 정부의 방해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 정부는 도·감청 행위를 정보수집이라고 해명했지만 테러리스트 등 의심할 만한 인물에 대해서만 합법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부터 일반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자행했다”고 강조했다.
스노든의 브라질 망명 시도는 전날 미 법원이 NSA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정보 수집은 위헌이란 판결을 내린 직후 나왔다. 자신의 폭로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며 브라질에 망명 허용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부 브라질 상원의원은 NSA의 도·감청 행위 조사를 하려면 스노든의 협조가 필수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도 지난 10월 예정됐던 미국 국빈방문 계획을 취소하는 등 노골적으로 미국에 불쾌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브라질이 미국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스노든의 망명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다. 브라질 정부는 스노든의 공개서한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