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정부군·반군 3일째 교전… ‘울지마 주바’
입력 2013-12-19 01:34
쿠데타 시도가 벌어진 아프리카 북동부 남수단에서 정부군과 반대파 간 교전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사상자가 1000여명, 난민은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7월 수단에서 분리 독립한 남수단은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가 숨지기 전 10여년간 봉사한 나라다. 쿠데타 시도가 일어난 수도 주바는 톤즈에서 남동쪽으로 420㎞쯤 떨어져 있다.
에르베 라드수 유엔 평화유지 담당 사무차장은 1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협의에서 주바 소재 병원에 시신 400∼500구가 실려 왔다고 보고했다고 AFP통신 등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드수 사무차장은 부상자가 800명에 달한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자 수치는 주바 현지 병원의 보고를 취합한 것으로 유엔이 직접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은 지난 15일 밤부터 반대파 군인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벌어진 쿠데타는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추종하는 군인들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화기와 차량을 동원해 주바 도심부 인근 막사를 공격하면서 정변을 시도했다.
키르 대통령은 다음날 군복을 입고 텔레비전 연설에 나와 “쿠데타 시도를 격퇴했다”고 발표했지만 불안 상황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키르는 마차르를 주동자로 지목한 상태다. 그는 여당인 수단인민해방운동(SPLM) 내 대통령 반대파를 이끌며 정부를 비판하다 지난 7월 해임됐다.
키르와 마차르는 남수단 종족 갈등의 선두에 있다. 키르는 최대 다수 종족인 딩카족, 마차르는 두 번째로 큰 누에르족 출신이다. 마차르는 2015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는 재무장관 등 고위 정치인 10명을 쿠데타 기도 혐의로 체포하고 마차르를 추적 중이다. 수단과의 석유 협상 책임자 파간 아뭄 전 SPLM 사무총장 등 4명도 수배했다.
도심 곳곳이 전쟁터로 변하면서 주바 거리에는 군용 차량만 통행하고 있다. 지역주민은 집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제라드 아르도는 남수단 주민 1만5000∼2만명이 주바 인근 유엔 기지로 피신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미국은 남수단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현지 주재 외교관들은 비상 인력만 남기고 철수토록 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 국민 탈출을 지원하기 위해 남수단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황이 유동적이라며 현 상황을 쿠데타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키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반대파에 대화를 제안하고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반 총장은 인접국인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과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남수단은 분리 독립 후 종족 간 갈등에 시달려 왔다. 수단과의 석유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경제난도 심해지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