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북한판 태자당 ‘빨치산 혈통’
입력 2013-12-19 01:35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집권 3년차를 맞아 북한 권력층에선 소위 ‘빨치산 혈통’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빨치산 혈통’이 ‘백두 혈통’인 김 제1비서의 1인 지배체제를 떠받드는 모양새다. ‘당 속의 당’이라는 핵심 세력으로,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하고 김일성 주석의 후광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백두 혈통’과 ‘빨치산 혈통’을 강조하고 있다. ‘백두 혈통’이란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 제1비서로 내려오는 직계 혈통을 말한다. 김 제1비서만이 진정한 ‘백두 혈통’으로 유일한 정통성이 있다는 점을 과시해 1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해방 전 김 주석의 빨치산 활동을 도운 인물 및 후손들인 ‘빨치산 혈통’은 장성택 처형 이후 연일 북한 매체에서 선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빨치산 2세대인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례식을 보도하며 “그의 한 생은 백두산 절세 위인들의 크나큰 정치적 신임과 친어버이 사랑 속에서 혁명전사의 가장 큰 영예와 값 높은 삶을 빛내어온 보람찬 한 생이었다”고 소개했다. 처형된 장성택에 대해 “우연히 당에 들어왔다”고 주장한 것과는 정반대다.
‘북한판 태자당’(중국에서 당·정·군 원로나 고위 간부의 자제를 일컫는 말)으로 불리는 빨치산 2세대의 선두주자는 최 총정치국장이다. 그는 김 주석과 빨치산 활동을 같이 한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최현은 김 주석보다 나이가 많고 빨치산으로서 명망도 높았지만 1958년 ‘종파사건’ 때 김 주석에게 끝까지 충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남북 및 한반도 주변국들의 핵심 이슈인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빨치산 2세대다. 그는 정일룡 전 부수상의 사위다. 이밖에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당 민방위부장도 김 제1비서를 지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오 부장은 지난해까지 군을 총괄하는 당 군사부장으로 있었고, 올해부터는 신설된 민방위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약 540만명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노농적위대가 민방위부에 소속돼 있는 만큼 오 부장은 군부 내에서 무시하지 못할 힘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빨치산 3세대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다. 김문경 당 국제부 부부장과 이흥식 외무성 국장은 각각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딸과 사위다. 최 총정치국장의 아들인 최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손자인 김성현 등도 엘리트 그룹으로서 당·정·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세대들에 대한 예우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제1비서가 빨치산 혁명 가계들을 패밀리로 두고 그 사람들과 같이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