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금융’ 대표 상품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국책은행선 활기, 일반은행선 냉기
입력 2013-12-19 02:45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IP) 담보대출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IP 담보대출은 특허·상표권을 비롯한 IP를 기존의 부동산과 같은 정식 담보로 인정하는 것으로, 정부가 독려하는 ‘창조금융’ 상품의 하나다. 그러나 이것이 일반 은행으로 연착륙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IBK기업은행은 18일 특허청과 우수 IP 보유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기업은행은 내년 초부터 부동산 담보가 없더라도 특허권·실용신안권 등을 담보로 인정해 업체당 최대 10억원까지 빌려준다.
IP 가치평가는 특허청 산하 기관인 한국발명진흥회가 맡고 평가수수료는 특허청이 부담한다. 기업은행과 특허청은 300억원 규모의 IP 전문 펀드를 공동 조성해 기업의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담보 IP를 매입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한발 앞서 있다. 지난 9월 IP 담보대출을 가장 먼저 시행해 지난달 말까지 10개 업체에 118억원을 지원했다. 연말까지 4개사에 38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기업은행처럼 발명진흥회에서 IP 가치평가를 담당하고 특허청이 평가수수료를 지원하며, 산은과 특허청이 공동 출자한 펀드가 대출 기업이 부실해졌을 때 IP를 매입해 채권 회수를 돕는 구조다. 산은은 지금까지 특허권만 대상으로 해왔지만 내년부터 상표권을 대상으로 한 IP 담보대출도 취급할 예정이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술보증기금(기보) 등 기술평가 기관의 보증서를 담보로 IP 보유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산은처럼 IP 자체를 담보로 한 대출은 아니다. 기보가 인증서를 내준다고 무조건 대출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기보에 따르면 올해 1∼9월 2522건의 기술평가인증서가 발급됐지만 이를 통해 대출이 이뤄진 경우는 1451건(57.5%)에 그쳤다.
산은은 자체적으로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해온 노하우가 있는 데다 국책은행으로서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IP 담보대출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은행들은 IP금융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평가 시스템이 미비해 IP의 담보가치를 판단하기 어렵고 IP를 담보로 잡아도 부실 발생 시 팔 곳(IP 펀드 등)이 마땅치 않아서다. 지난 7월 기술평가 전담 부서인 산업기술평가팀을 신설한 신한은행이 자체 기술평가 등급 체계를 마련했고 관련 대출상품을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 있는 정도다.
일반 은행에 IP금융은 아직까지 수익성이 보장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IP금융에 나서는 은행의 신용위험(돈 떼일 위험)을 분담해주는 식의 정책적 지원이 당분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준 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이 산은 모델을 따라잡으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은행들이 이른 시일 내에 적은 비용으로 기술평가 역량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