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통상임금 기준 제시] 복잡한 수당, 기본급 위주로 단순화… 임금체계 개편 나선다
입력 2013-12-19 02:30
대법원이 18일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임금체계 전반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발생한 3년치 추가임금 관련 소급 청구권에 대해선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줄소송 사태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 직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긴급 간담회를 갖고 “이번 판결은 그간 기업현장에서 이뤄진 노사임금 결정 관행과 통상임금 법령, 경제사회적 파급영향 등에 대한 대법원의 신중한 검토와 고심이 담겨 있는 것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경제적 파급효과, 노사합의와 기본원칙, 기업 영향 등을 감안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빠른 시간 내 관계기관 등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입법안을 마련하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사정 대화와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임금체계를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편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혀 임금체계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복잡한 임금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지난 6월부터 구성해 운영해 왔다. 위원회는 상여금이나 체력단련비 등 명칭과 무관하게 정기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돈은 모두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다만 기업 부담을 감안해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마련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복잡한 각종 수당을 줄여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직무 성과가 임금에 반영되는 방향으로 손볼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 확대를 기피하기 위해 기형적으로 각종 수당을 늘려 왔던 기존 임금 관행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유력한 대안으로는 각종 수당을 대폭 축소하는 동시에 기본급과 성과급, 직무급 등으로 단순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소급분 청구 권한에 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근로자들의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자 소송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정부는 “임금소송 등으로 노사갈등이 확대되면 노사 신뢰, 고용, 국민경제 등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별 사업장 노사는 소송을 자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사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확대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란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종합적으로 보면 근로대가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라며 “수출 대기업에는 장기적으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근로자 임금 상승이 내수 부문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기존의 노사협약이 무효라고 대법원이 판단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노동현장의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