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통상임금 기준 제시] 모호한 ‘소급분 청구 제한 기준’ 노사 줄소송 사태 불씨 남겨
입력 2013-12-19 02:30
대법원이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서 근로자들은 지난 3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수당 인상분을 소급해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대법원이 소급분 청구요건을 모호하게 정해 향후 이를 둘러싼 노사 간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18일 “원칙적으로 근로자는 이번 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포함해 다시 계산한 추가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 산정 범위에 포함되면서 근로자들은 통상임금 증가에 따른 각종 수당 인상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행법은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정하고 있어 그 이전에 발생한 소급분에 대해선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급받지 못한 임금은 3년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해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판결 내용 중 노사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합의하거나, 소급청구로 인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되는 경우엔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논란거리다.
이를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금까지 노사합의와 관행으로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정해져 온 부분을 대법원이 인정해 과거 3년치 소급분에 대한 추가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추가임금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재계의 입장이 반영된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노사 양측 모두 소급분 청구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칙론’을 내세우면서도 결국 노사합의 존재 여부와 소급분 지급에 따른 경영 악화에 대한 판단은 개별 소송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결국 통상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불식시키겠다며 내놓은 전원합의체 판결이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된 셈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청구권 제한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노사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내세우며 맞설 것이 분명하므로 개별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사합의가 없었고 경영여건도 나쁘지 않은 일부 기업들이 소급분 지급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일부러 소송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법원은 추가 임금에 지연이자를 포함해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실리를 챙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 명백히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일부 중소기업과 도산 위기 직전에 몰린 한계 기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소급분 청구 소송을 제기해도 크게 실익이 없을 전망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