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화보유액 확대는 이웃 거지 만들기 정책”
입력 2013-12-19 02:43
이창용 ADB 수석 ‘美 논리 편들기’ 논란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에 내정된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가 18일 “외화보유액을 늘리는 것은 ‘이웃 거지 만들기(근린궁핍화)’ 정책”이라고 지적, 한국의 외환 과다 보유정책을 꼬집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외환정책을 불공정하다고 비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콘퍼런스에서 “아시아가 금융위기 당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외화보유액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경상흑자가 큰 상황에서 자본유입을 통제한다면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비판받을 것”이라며 “이 경우 외환시장 개입은 경쟁력 제고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한국 정부는 외화보유액을 늘릴 의도가 없다”며 “단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종의 벽을 쌓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10월 30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잇단 외환시장 개입으로) 한국 외환보유액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이 이코노미스트가 미국의 시각으로 우리 외환 상황을 바라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테이퍼링(통화량 축소)을 단행하면 신흥국 주식시장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2009년 3월부터 1년여간 진행된 1차 양적완화(QE1) 기간에는 아시아로의 자본 유입이 촉진됐지만 이후 QE2와 QE3 때는 자본유입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