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은 ‘황금분할’… 강만수 감독의 토종 기살리기

입력 2013-12-19 01:55

요즘 잘나가는 우리카드의 강만수 감독이 공격의 ‘황금분할론’을 들고 나왔다. 토종 공격수들이 골고루 공격기회를 나눠가지며 공격루트를 다양화하겠다는 전술이다. 강 감독은 17일 한국전력에 먼저 2세트를 내주고 3세트를 따내 1라운드에 보여줬던 한전과의 명승부를 똑같이 재현했다. 한전과의 경기는 부진한 미국용병 루니를 3세트 초반 제외한 뒤 토종선수들로만 이룬 승리여서 더욱 뜻깊었다. 강 감독은 “우리팀 국내선수들은 언제 누구한테 볼을 올려도 득점으로 연결한다”며 토종 공격수에게 고른 공격기회를 주는 황금분할에 자신감을 더했다.

현역 시절 세계적인 거포로 명성을 떨쳤던 강 감독은 힘과 힘이 맞대결을 펼치는 정면 승부를 즐겨한다. 이날도 한전의 블로킹에 막혀 먼저 2세트를 내준 뒤에도 선수들을 향해 “먼저 리시브에 집중한 뒤 ‘깔짝깔짝’하지 말고 과감하게 때리라”고 거듭 주문했다. 우리카드는 루니 대신 들어간 안준찬이 공격성공률 66.66%로 펄펄 날고, 수비에 치중하던 김정환, 최홍석 등 토종 공격수들이 세트를 거듭할수록 그야말로 황금분할을 이뤄 역전승을 이끌었다. 17일 경기결과 공격점유율을 보면 최홍석 25.37%, 안준찬 20.15%, 김정환 18.66%, 루니 17.16%, 신영석 10.45% 등으로 공격루트를 매우 다양하게 가져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용병에게 50%가 넘는 공격기회를 부여하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등과 비교하면 또 다른 배구의 묘미를 선사한다.

우리카드의 토종중심 공격전술은 루니의 부진에 기인한다. 루니는 미국대표팀 주장으로 1라운드 후반 차출돼 국제대회를 다녀와 여전히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강 감독은 궁여지책으로 토종선수들을 돌려썼고,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17일 현재 9승 3패로 삼성화재에 이어 2위인 우리카드는 오는 21일 현대캐피탈과 2위 자리를 놓고 일전을 치른다. 아가메즈라는 세계적인 공격수를 앞세운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현대캐피탈이 3대 0 완승을 거뒀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