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비틀, 도박에 발칵 … 그래도 ‘응사’에 웃었다
입력 2013-12-19 01:33
2013년 방송·연예계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방송가 소식에 시청자들은 예능을 보고도 웃지 못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낭만과 사랑을 담은 tvN ‘응답하라 1994’는 빛을 발했고, 점잖고 근엄했던 노년 배우들은 ‘꽃보다 할배’에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바람 잘 날 없던 한 해=새해 첫 날인 1월 1일, 비와 김태희의 열애설로 도마 위에 오른 연예병사 제도는 6월 세븐과 상추 등이 안마시술소에 출입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7월 전격 폐지됐다. 그룹 룰라 출신 고영욱은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았다. 박시후는 성폭행 피소로 홍역을 치렀다. 이승연과 박시연, 장미인애 등은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불법 도박 혐의로 파문을 일으킨 김용만에 이어 이수근과 탁재훈, 토니안 등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수억 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지상파에서 퇴출됐다.
예능은 표절 논란으로 얼룩졌다. ‘꽃보다 할배’가 히트하자마자 KBS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가 등장했고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KBS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등 육아를 주제로 한 예능이 쏟아졌다. SBS ‘심장이 뛴다’와 KBS ‘근무중 이상무’는 MBS ‘진짜 사나이’의 아류로 지목됐다.
방송가 MC 판도는 크게 달라졌다. ‘국민 MC’ 강호동은 연이은 예능 폐지로 위기론에 직면한 반면 신동엽과 김구라는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넘나들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기존 강자였던 유재석과 합친 ‘김·유·신’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유명인들의 죽음은 세간에 충격을 줬다. 고(故) 최진실의 전 남편 조성민과 드라마 ‘모래시계’로 스타 PD의 대명사였던 김종학 PD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지금은 라디오 시대’ DJ 이종환과 ‘야인시대’로 유명한 장형일 PD는 지병으로 별세했다.
◇케이블 약진 돋보여=안방극장은 탄탄한 전개와 막장 드라마가 공존했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송혜교 조인성의 열연과 빼어난 영상미로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연상 연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김탄앓이’ ‘영도앓이’를 탄생시킨 ‘상속자들’은 김은숙 작가의 내공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반면 SBS ‘야왕’은 시청률은 높았지만 실망스러운 복수극이라는 비판을 들었고 MBC ‘오로라 공주’는 개연성 없는 전개로 연장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MBC ‘기황후’는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켰다.
케이블 채널은 순간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지상파를 위협할 상대로 떠올랐다. 엠넷 ‘슈퍼스타K 5’는 참가자의 스타성 부재로 전작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몰락했지만 ‘꽃보다 할배’와 tvN ‘꽃보다 누나’는 젊은 스타 대신 중장년 배우들을 출연시키는 발상으로 방송가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응답하라 1994’는 전작에 이어 19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tvN ‘SNL 코리아’는 특유의 19금 코미디로 주목받았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