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아폴로 팀은 안녕하지 않다
입력 2013-12-19 01:28
1960년대부터 약 10년 동안 영국 ‘헨리 경영대학’의 메러디스 벨빈 교수팀은 팀역할이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연구팀은 뛰어난 지능을 가진 사람들로만 구성된 ‘아폴로 팀’을 만들고 이 팀의 상대적인 성과를 비교분석하였다. 뛰어난 인재들로만 구성된 이 팀이 탁월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최종 연구결과는 그 상식을 여지없이 뒤엎고 말았다. 아폴로 팀원들은 실제 일은 별로 하지 않는 반면 논쟁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비난하기에 바빴다. 결국 아폴로 팀원들이 뛰어난 인재라는 사실은 이 팀의 강점이 아닌 약점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바로 이 실험에서 ‘뛰어난 인재들만 모인 집단에서 오히려 성과가 낮게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아폴로 신드롬’이란 말이 생겼다.
우리 사회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요즘 대학의 남학생들은 8년, 여학생들은 6년씩 다니는 것이 기본이고, 학생들 중에는 B학점이 예상되면 재수강을 하기 위해 차라리 C학점을 달라고 담당교수에게 사정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고 한다. 현재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입사하려고 졸업을 수년씩 미루고 있는 ‘모라토리엄(moratorium)족’이 총 3000명을 넘는 주요 대학도 다수이며, 특히 서울의 주요 사립대에는 정원보다 30∼40% 이상 많은 대학생들이 재학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한’ 청년들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놀라운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시쳇말로 매우 ‘안녕하지 못하다.’ 최근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5%는 매일 음주를 하는데, 그 주요 원인 중에 하나는 스트레스이다. 이처럼 ‘안녕하지 못한’ 우리 사회는 마침내 비난과 증오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에서 촉발되어 우리사회 각계각층은 물론 해외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는 ‘안녕하십니까’ 논쟁이 일시적인 불만성토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제기된 문제들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각자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개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남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순간적인 분풀이는 될지언정 자신의 성장과 발전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가 없고, 현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는 늘 바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다윗은 사실상 약점과 단점이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 많은 문제점들을 덮을 수 있었던 다윗의 장점은 바로 모든 문제의 원인을 밝힘에 있어 항상 자기반성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문제아 다윗을 그토록 높여주신 결정적인 이유도 그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신을 스스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아닌 인류의 죄를 스스로 짊어지기까지 하셨다. 이 기쁜 성탄의 계절에 나보다 다른 사람을 ‘안녕하게’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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