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40년 시작 인생 정리한 ‘시 전집’ 발간… “詩는 다른 이들을 위한 위로편지”

입력 2013-12-18 02:32


“시는 저에게 있어 기도이고 다른 사람에게 읊어주는 위로의 편지입니다.”

맑은 시로 깊은 울림을 주는 이해인(사진) 수녀의 40년 시작(詩作) 인생을 정리한 시 전집이 나왔다. 2권으로 문학사상에서 발간된 ‘이해인 시 전집’은 그동안 쓴 1000여 편의 시 중 800편을 담았다.

이해인 수녀는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자의 사랑을 되돌려 주려면 더 사랑하고 희생하는 봉사의 삶을 살아야겠구나 한다”면서 “사람들에게 시 한 톨로 기쁨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2008년 대장암 선고를 받고 현재 투병 중인 그는 “암세포랑 ‘조금만 더 살게 해달라’고 대화하니 암세포가 참아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 독자로부터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고 자랑했다. 바로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민 이모 수녀님’.

80년대 그의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됐을 때 ‘수도생활 놓칠까봐’ 책이 안 팔리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도 있다는 그는 “지금은 국민들이 (제 시를 통해) 시를 많이 읽어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하는 데 작은 몫이라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는 수십년 동안 시를 써온 원동력으로 ‘모태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을 꼽았다. 내년 칠순을 맞는 그는 이제 어떻게 하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까 고민한다고 했다.

“제 시집의 인세도 다 재단법인에 넘기고 죽으면 장례식도 간소하게 해달라고 유언장도 작성했어요. 지금 가진 건 주민등록증밖에 없지만 그래도 홀가분합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