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추추트레인 종착역은 어디… 노련한 기관사 보라스는 알고있다
입력 2013-12-18 01:39
잭팟을 눈앞에 둔 추신수(31)의 행보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정상급 야수로는 이제 추신수와 넬슨 크루즈(33) 정도만 남았다. 추신수의 예상 몸값은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윈터미팅이 끝났는데도 계약이 성사됐다는 소식은 없다. 추신수의 행선지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 뿐이다. 모든 것은 추신수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61)가 키를 쥐고 있다. 그는 추신수를 볼모로 텍사스 구단과 벼랑끝 협상을 벌이고 있다.
◇‘천사-악마’ 두 얼굴의 사나이=류현진(26·LA 다저스)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보라스는 ‘두 얼굴의 사나이’로 통한다. 구단주들은 그를 ‘악마’, ‘사기꾼’ 등의 별명으로 부른다.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 구단으로부터 엄청난 연봉을 뽑아내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겐 거액을 챙겨주는 최고의 에이전트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중 올 한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보라스는 박찬호에 이어 추신수와 류현진은 물론 윤석민까지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3년 한 해에만 총 1036만 달러(약 110억원)에 달하는 커미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순수연봉에 대한 커미션 수익일 뿐 선수들의 광고출연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수입의 커미션은 제외된 금액이다.
마이너리그 선수 출신으로 변호사인 보라스는 1997년 그레그 매덕스(47)에게 5년간 5750만 달러를 안겨줘 신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엔 케빈 브라운(48)을 LA 다저스와 계약시키며 1억500만 달러를 받도록 해 사상 최초 총액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성사시켰다. 2000년 알렉스 로드리게스(35·뉴욕 양키스)를 텍사스로 이적시키면서 받은 10년간 2억5200만 달러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금액이었다.
◇보라스 ‘밀당’ 완승으로 끝날까=보라스의 괴력은 ‘자본’과 ‘인력’에서 나온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에는 75명의 전직 메이저리거들이 스카우트로 일하고 있고 MIT 출신의 경제학자는 물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던 공학자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다. 스포츠 심리학자, 전문 트레이너가 일하는 것은 물론 야구 전문 연구원 14명이 고객 선수들의 경기를 매일매일 체크해서 구단주들이 지갑을 열수 밖에 없는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추신수의 대박계약에 여전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보라스는 “7년 계약을 제시한 팀은 이미 여럿이다”면서 “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7년보다는 8년”이라고 텍사스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텍사스의 단장 존 다니엘스(35)는 능수능란한 보라스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듯 “대형장 기계약은 이제 없다”며 “5년 이상의 계약은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FA 선수 중 가장 뜨거운 선수인 추신수의 거취를 두고 보라스와 구단의 ‘밀당’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보라스의 완승으로 끝날지 주목된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