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獨 대연정 밑바탕 된 포용과 협조의 리더십

입력 2013-12-18 01:38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3기 내각이 17일 출범했다. 메르켈은 오는 2017년으로 예정된 임기를 마칠 경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11년 6개월 기록을 깨고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가 된다. 메르켈이 구(舊) 동독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3선 총리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외신 표현대로 ‘쉬운 길이 아닌 올바른 길을 선택한 리더십’에 있다. 이 같은 메르켈 리더십은 3기 내각 출범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메르켈이 이끄는 보수 집권 기민·기사 연합은 지난 9월 총선에서 41.5%의 득표율로 25.7%에 그친 진보좌파 사민당을 누르고 압승했으나 불과 5석이 모자라 과반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메르켈은 이념과 노선이 다른 최대 라이벌 사민당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장관직 15개 가운데 요직인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 외무, 법무장관 등 6자리를 사민당에 내주었다. 녹색당 등 다른 군소정당과 연정을 추진했다면 장관 1∼2개 자리 양보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쉬운 길을 마다하고 메르켈은 정권을 다퉜던 제1야당을 기꺼이 국정 동반자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 복지정책 등에서 자신과 각을 세운 진보성향의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전 노동부 장관을 총리 다음 서열인 국방장관에 앉혔다. 그는 포용의 리더십으로 당 안팎의 반대·비판세력을 아울렀다.

야당의 역할 또한 컸다. 사민당은 2005∼2009년 메르켈 집권 1기 때 대연정에 참여했다가 다음 총선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득표율을 기록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런 까닭에 강경파를 중심으로 연정 불참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지그마르 가브리엘 당수는 강경파 공세에 굴하지 않고 전당원투표로 대연정을 성사시켰다. 당원들도 76%의 지지율로 당보다 독일의 장래를 위해 대연정을 선택한 가브리엘 당수를 응원했다.

대연정은 여당의 포용과 관용, 야당의 협조 그리고 상호존중이 더해져 완성됐다. 협상과정에서 내 것만 고집하지 않았다. 이견이 있으면 대화와 양보, 설득을 통해 하나하나 합의점을 찾아나갔다. 기민·기사 연합은 사민당의 최저임금제 요구를 수용했고, 사민당은 증세를 포기했다. 대연정 협상 타결후 독일 중앙은행은 독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7%로 상향조정했다. 정치가 안정되면 경제가 좋아지는 건 불문가지다.

반면 한국 정치는 여전히 증오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권은 포용과 관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야당 또한 사생결단식 투쟁만 외쳐서는 마냥 이 모양이다. 관용과 포용, 화해와 소통으로 이념을 초월한 독일 정치에 우리 정치의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