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금직무체계 개편 대타협 필요하다
입력 2013-12-18 01:28
정부가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정년 60세 의무화’에 대비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로 했다.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들이 정년을 늘리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 지급되는 임금지원금액이 현행 연간 최대 600만원에서 최대 840만원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지난 5월 정년연장 의무화 관련법이 선포된 이후 거의 무력화됐다. 2016년이나 2017년 이후(300인 미만 사업장 등) 기업이 정한 정년에 이르는 대부분 근로자들로서는 자동으로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데 굳이 임금 삭감을 감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실제로 올 들어 임금피크제 지원금 신청이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정치권이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노사 간 협의사항으로 남겨둔 채 법을 통과시킨 탓이다.
2016년이 다가오면 기업은 정년 연장과 임금 조정을 연계하려 할 것이고 노동자는 여기에 저항할 것이 뻔하다. 정년까지 임금이 계속 오르는 임금커브를 유지한다면 기업들은 정년에 이르기 훨씬 전부터 분사나 아웃소싱, 사내하청을 늘리는 등 다른 방법으로 고용조정을 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3명 중 2명은 정년제가 없는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법정 정년 60세 수혜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정년연장의 법적 강제는 실효성이 어느 정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정년연장을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고, 나아가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지원책만으로는 매우 미흡하다. 무엇보다도 같은 직무에 종사하는 노동자 임금의 기업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직무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노와 사가 모두 반대한다고 해서 임금체계 개편을 더 이상 미뤄서는 원활한 정년연장은 물론 비정규직 차별과 임금 격차 시정, 시간제 근로자 활성화 등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가 앞장서서 직무급 임금 모델을 도출해 임금 조정과 고용안정(일자리 나누기)을 주고받는 노사정 간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