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몰래산타 이웃사랑’ 발대식
입력 2013-12-18 02:41
기장·예장 통합 등 14개 교회 소외계층 주민들에 깜짝 선물
성탄절을 일주일 앞 둔 17일 오후 인천 효성동의 조인일(76) 할아버지의 작은 빌라에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 인천 해인교회 김영선(48·여) 목사와 성도 세 명이 빨간색 산타 복장을 하고 할아버지의 집을 찾은 것. 조 할아버지는 “지난 추석 이후 처음으로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43㎡(13평) 남짓한 조 할아버지의 집에는 1인용 간이침대, 작은 옷장과 텔레비전, 탁자 2개가 가재도구의 거의 전부였다. 싸늘한 거실 옷걸이에는 외출복 세 벌만 쓸쓸하게 걸려 있었다. 이 좁고 추운 임대주택에서 조 할아버지는 파킨슨병과 외롭게 싸우고 있다. 함께 사는 가족은 없다. 수년 전, 교회와 지방자체단체의 도움으로 노숙생활을 그만둘 수 있었지만, 오랜만의 손님을 맞은 할아버지의 눈에 맺힌 눈물은 그가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 가늠케 했다.
김 목사와 성도들은 ‘산타의 선물상자’를 할아버지에게 전달했다. 상자에서 미역과 김, 고추장과 과자, 비누와 세제들을 일일이 꺼내 조리법과 사용법 등을 설명했다. 조 할아버지는 “뭘 이렇게 많이 가지고 오셨느냐”며 미소를 가득 띤 얼굴로 이들을 바라봤다.
선물 전달은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성탄절을 맞아 진행한 ‘몰래산타 이웃사랑’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7만원 상당의 선물상자는 모두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비용의 70%는 교회가, 나머지 30%는 SK행복나래가 지원했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조 할아버지 외에도 함께 사는 자녀가 없어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모(82) 할머니와 방값을 마련하지 못해 퇴거 위기에 놓인 홍모(69) 할아버지, 남편의 폭력으로 집을 나와 홀로 3자녀를 키우고 있는 30대 필리핀 이주여성 등 600여 가정이 ‘산타 목사’의 선물상자를 받았다.
앞서 이날 인천 계산동 사회적기업회관에서는 ‘몰래산타 이웃사랑’ 성탄예배 및 발대식이 열렸다. 예배에는 기장, 예장통합, 기감 소속 14개 교회 목회자와 지원센터 관계자 30여명, 지역주민 30여명이 참석했다. 예배에 이은 발대식에서는 인천 지역 쪽방 주민대표와 노숙인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독거노인, 노숙인쉼터에서 생활하는 자활노숙인 등에게 선물상자가 전달됐다.
인천=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