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성태윤] 더욱 거세지는 아베노믹스
						입력 2013-12-18 01:42  
					
				지난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03엔으로 엔화가치는 2008년 이후 가장 낮았다. 현재 ‘엔저’의 가장 큰 원인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공급증대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엔저’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출구전략과 맞물려 우리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물론 아베노믹스가 명시적으로 환율정책을 표방하지는 않는다. 아베노믹스 핵심은 통화 공급을 과감히 증가시켜 일정 물가상승을 달성함으로써 고착화된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명시적 목표는 물가상승률 2% 달성인데, 일본의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 동월대비 0.7%였고 10월이 0.9%였음을 고려하면 일정부분 효과가 있었다. 특히 일본 중앙은행의 유동성증대에 힘입어 닛케이 기준 주식시장의 연간상승률은 50%에 이른다.
그럼에도 실물경기 회복세는 뚜렷하지 않다. 일본의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4%대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3분기에는 다시 1.9%로 떨어졌다. 특히 현재까지 엔화약세에도 수출이 획기적으로 증대하지 못해 실물경기회복이 더디다. 아베노믹스가 실물경기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일본기업이 엔저에 따른 수출실적 개선효과를 얻고, 이를 통해 기업수익이 임금상승으로 이어져 소비를 증대시켜야 하는데 여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지난 1년 아베노믹스를 평가할 때, 금융시장과 물가상승률을 중심으로 성과는 있지만 실물경기로 연결되지 못한 ‘절반의 성공’이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물경기회복을 만들려면 환율채널이 본격적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성과가 미치지 못했다. 환언하면, 그동안 엔저에도 우리 수출이 아직까지는 버텼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임을 표방하고 있다. 결국 현재까지 실물경기효과가 충분하지 못해 더욱 강한 ‘엔저’로 일본의 수출을 증대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일본은 재정건전성 악화로 추가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쉽지 않고 오히려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경기위축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도 더욱 강한 통화정책으로 수출과 민간소비를 증대시키려 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심화된 ‘엔저’를 뜻한다.
또한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출구전략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달러 강세와 함께 엔화 약세는 가속화될 수 있다. 당장 미국이 단기정책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출구전략으로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미국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를 확산시켜 ‘엔저’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출구전략 실시를 앞당길 수 있는 미국경제지표 호전이 ‘엔저’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10월보다 0.3% 포인트 감소한 7%로 2008년 이후 가장 낮았는데, 미국 실물경기회복이 빨라지고 있어 출구전략이 연기되지 않고 실시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엔저’를 강화시키고 있다.
결국 대외경제환경은 강화된 아베노믹스가 미국 출구전략과 맞물려 거센 ‘엔저’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민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외환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우리 경제는 이미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들에게 충분한 유동성공급으로 자금압박 압력을 덜어 주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실물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금리인하를 통해서 전반적인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금리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상환부담이 증대되는 상황은 최소한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전반적인 원화가치상승 압력을 더는데도 도움이 된다.
성태윤(연세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