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등 혐의 이재현 CJ회장… 기소 5개월 만에 첫 공판 출석
입력 2013-12-18 02:33
수백억원대 세금 포탈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53) CJ그룹 회장이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월 구속 기소된 지 5개월 만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재판에서 이 회장이 CJ지주사 대표에게 지급한 40억여원대 한남동 빌라의 성격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 회장은 17일 오전 9시43분쯤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에 도착했다.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었고 비서실 직원의 부축을 받았다. 하얀색 마스크와 회색 목도리·비니모자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이 회장은 다리를 조금 절며 청사에 들어섰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휠체어를 탄 후 법정으로 향했다.
이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오전 2시간 동안 재판을 받았다. 자리에 앉아 양손을 소독하는 등 건강에 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가 “피고인 이재현”이라고 부르며 직업을 묻자 쉰 목소리로 “CJ그룹 회장”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부인 김희재(53)씨도 재판을 지켜봤다. 이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오후 재판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다.
검찰은 오전 재판에서 ‘CJ는 저에게 조국이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전 재무팀장 이모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씨가 2007년 이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을 지시한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 측은 “편지의 내용은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과 변호인 측은 이 회장이 하대중 전 CJ지주사 대표에게 지급한 한남동 빌라의 성격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 측은 “이 회장이 하씨에게 30여년간 근무하며 수고했다는 취지로 한남동 빌라를 줬다”며 정상적인 인센티브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빌라의 가치가 40억여원에 달한다”며 “40억여원을 인센티브로 주는 게 정상적이냐”고 추궁했다.
이 회장은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면서 546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963억원대 법인 자산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빌딩을 매입하면서 CJ일본법인에 569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