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교정 곳곳 쓰레기, 그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중앙대 청소노동자 파업 몸살
입력 2013-12-18 01:35
16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법학관 2층 테라스는 담배꽁초와 찢어진 박스 등 주말에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했다. 이 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치우는 손길 없이 기말고사 기간을 맞은 학교의 쓰레기 양은 평소의 2∼3배나 됐다.
같은 건물 8층 재활용 쓰레기통 앞은 피자·치킨 상자와 먹다 남은 야식으로 음식쓰레기 냄새가 진동했다. 경영학부 1학년 이모(20)씨는 “정수기에 일회용 컵이 없어 손으로 받아 마셨다”며 “쓰레기통마다 넘쳐나는 쓰레기를 보고서야 비로소 청소 아주머니들의 빈자리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바로 옆 남자화장실은 들어갈 엄두가 안 날 만큼 악취가 심했다. 화장실 쓰레기통마다 휴지가 넘쳐 바닥을 뒤덮었고 변기도 여럿 막혀 있었다. 수학과 4학년 박모(27)씨는 “비누가 떨어져 손을 깨끗이 씻지도 못했다”며 “가뜩이나 더러워진 화장실에서 비누로 씻지도 못해 불쾌하다”고 했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지 이틀째인 17일, 비질이 멈춘 교정 곳곳에서 그들의 빈자리를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이 가장 ‘일이 많은’ 시험기간에 전면 파업이란 초강수를 둔 것은 열악한 근무조건, 용역업체와의 갈등 때문이다. 2011년 홍익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의 청소노동자 연쇄 파업으로 이들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진 뒤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근무조건에 빗자루를 놓게 됐다.
겨울이면 눈을 치우느라 동상(凍傷)을 달고 산다는 청소노동자 윤화자(58·여)씨는 “동계 작업복 없이 눈이 오면 눈을 쓸고, 얼음이 얼면 얼음을 깨고 염화칼슘까지 뿌리느라 병에 시달리지 않는 엄마(청소노동자)들이 없다”며 “근무조건을 개선해보려 노조를 만들었지만 용역업체에서 재계약일인 내년 2월 1일을 앞두고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청소노동자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간접 고용 형태로 계약이 이뤄지는 점을 꼽는다. 대다수 대학이 용역업체를 통해 이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용역업체는 대학에, 대학은 업체에 책임을 돌리며 중간에 낀 청소노동자들만 열악한 처우와 해고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대 홍보팀 관계자 역시 “대학은 계약 주체가 아니어서 가시적으로 손쓸 방법이 없다”며 “용역업체와 원만히 해결하기를 바랄 뿐”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대학들은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비용 문제를 꼽는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지만 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 형편에 낭만적 발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서울시립대는 지난 3월 청소노동자 63명 전원을 직접 고용하면서 오히려 130만원이던 급여를 153만원으로 올렸다. 시립대 관계자는 “그동안 청소노동자 1명당 급여의 20% 정도를 용역업체에 관리비로 지급했는데 이를 급여로 전환해 추가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며 “대학이 직접 고용을 꺼리는 건 비용 문제보다 학교가 노조와 직접 협상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황인호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