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주기] 당을 최우선시 한다는 호칭… 김정은 ‘통치 스타일’ 반영
입력 2013-12-18 02:33
평양체육관에서 17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은은 공식적으로 ‘조선노동당 제1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불렸다.
김정은 직함 중 ‘노동당 제1비서’가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당을 최우선시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그동안 김 제1비서가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불린 것은 아버지 김정일이 선군(先軍)정치를 앞세우면서 국방위원회 위상도 한층 격상된 탓이 컸다.
김정은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을 통해 군과 내각을 통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엔 국내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김정은을 국방위 제1위원장이 아닌 당 제1비서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호칭은 수도 없이 많다. 김정일의 호칭만 ‘위대한 원수님’ ‘수령’ 등 1200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호칭은 그 시대 집권자의 위상 및 정치 체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김일성은 40여년간 독재 정치를 펼치며 당·정·군을 완벽하게 장악했을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우상화에도 성공한 인물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최고 직위에 있다’는 뜻의 ‘주석’이라는 호칭이 대표적으로 사용됐다.
김정일은 군을 최우선시했다. 그만큼 군의 위상이 강화돼 군을 총괄하는 국방위원장이라는 호칭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1990년대 초·중반 수백만명이 굶어 죽는 ‘고난의 행군’ 시절 사회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졌을 때도 군을 중심으로 사회를 통제했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선대가 썼던 대표 호칭은 쓰지 않는 것이 관례다. 김정은 호칭에 제1비서,국방위 제1위원장 등 숫자가 추가된 이유도 ‘주석’이나 ‘총비서’ ‘국방위원장’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에게 불려졌던 ‘위대한 영도자’도 아직 김정은에게는 잘 쓰이지 않고 있다. 김정일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추도사를 낭독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정은을 ‘최고 영도자’로 불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