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주기] ‘左최룡해’ 실질적 2인자… 장성택 처형 주도한 인물들 두각

입력 2013-12-18 02:33 수정 2013-12-18 03:28


평양체육관에서 17일 열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 주석단을 살펴보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정권에서 명실상부하게 최고 실세의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장성택 처형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대거 주석단에 포함됐다.

◇실질적 2인자 부상한 최룡해=최 총정치국장은 김 위원장 추모대회 주석단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바로 왼편에 앉았다. 김 제1비서 오른편에 앉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경우 헌법상 국가수반으로 형식적인 권위를 가진 인물이다. 따라서 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체제의 2인자임이 증명됐다. 사망 1주기 추모대회 주석단에서는 김 제1비서와 최 총정치국장 사이에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로켓 발사의 주역인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이 앉아 있었다. 최 총정치국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북한군을 대표해 결의 연설을 했다.

민간인 출신 중에선 박봉주 내각 총리가 약진했다. 지난해 추모대회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불과해 주석단에 오르지도 못했던 박 총리는 올해 3월 말 일약 정치국 위원과 총리 자리에 오르면서 김 제1비서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박 총리가 대표적인 경제통인 것을 감안했을 때 경제개발에 대한 의지를 부각시켰다는 해석이다.

◇군부는 세대교체=군부에서는 지난해 자리에 없었던 이영길 군 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최 총정치국장 바로 왼쪽에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50∼60대 젊은 소장파로, 김 제1비서의 ‘군부 사람심기’에 따라 일약 군 최고지도부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최 총정치국장과 이 총참모장, 장 부장은 북한 군부에서 김정은 정권을 떠받드는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부 노장파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김 제1비서 왼쪽 4∼5번째 자리에 앉았던 현영철 전 총참모장과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은 보이지 않았다. 현 전 총참모장은 차수에서 상장(우리의 중장)으로 두 계급 강등돼 일선 5군단장으로 쫓겨난 상태다. 김 전 부장은 계급만 유지할 뿐 모든 직위를 박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각 김일성군사종합대 총장, 이명수 전 인민보안부장 등 과거 김 위원장 시절 군부 핵심 인사들도 작년과 달리 이번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성택 처형 주도 인물들 급부상=장성택 처형 후 신(新)실세로 불리는 인물들도 주석단에 대거 포함됐다. 장성택과 측근들을 내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지난해 1주기 중앙추모대회 때는 주석단에서 김 제1비서 왼쪽 11번째에 앉았지만 이번에는 김 제1비서 왼쪽 8번째로 세 단계 뛰어올랐다.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우리의 경찰청장)은 지난해 아예 주석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자리를 차지했다. 더 높아진 공안기관의 위상이 확인된 셈이다. 김·최 부장은 당초 장성택 계열이었지만 올 초부터 최 총정치국장 편으로 돌아선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이번에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제1부부장은 장성택이 부장으로 있던 행정부와 마찰을 빚었고, 장성택 처형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제1비서가 조 제1부부장을 중용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당은 조직지도부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파악된다.

◇김일성 빨치산 동료도 참석=주석단에는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이 앉아 눈길을 끌었다. 94세의 고령인 황 관장과 그의 남편 류경수(사망)는 김일성 주석, 김 위원장 생모인 김정숙 등과 함께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한 빨치산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김 주석의 빨치산 동료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김철만 국방위 위원도 황 관장 바로 오른쪽에 앉았다. 현재 김 주석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는 김 제1비서가 할아버지의 후광을 통치에 활용하기 위해 이들을 참석시킨 것으로 보인다. 황 관장의 경우 지난해 추모대회 때 김 위원장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비서 자리에 앉았다. 김 비서의 불참을 대신해 나왔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