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정권 1년] 아베 거침없는 폭주 견제할 세력이 없다

입력 2013-12-18 02:34


(하) 브레이크 없는 우향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 압승을 바탕으로 최소 2016년까지 집권이 보장된 상태다. 집권 1년을 맞은 아베 총리는 최근 특정비밀보호법을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하는 등 일방통행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아베 총리의 독주를 견제할 세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견제 기능 무력화=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와 올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른 뒤 민주당은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집권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총리까지 지낸 하토야마 유키오 전 대표가 탈당하는 등 내분도 이어져 심각한 선거 후유증을 겪었다. 가이에다 반리 대표를 중심으로 자민당을 견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 헌법 개정에 동조적인 입장을 보이는 의원이 존재하는 등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은 그다지 견고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집권 자민당의 폭주는 거침이 없다. 최근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은 국회 개혁 차원에서 차관의 대리 답변을 늘리고 국회 소위원회 심의에 상한을 정해 장관이 과도하게 국회에 묶이는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총리와 장관의 국회 답변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사실상 야당의 견제를 벗어나겠다는 의도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가능한 것은 높은 지지율과도 관련이 있다.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출범 이후 줄곧 60∼7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실제로 교도통신의 여론조사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62%였던 지지율은 올해 2월 72.8%로 올라섰다.

하지만 지난 6일 국가비밀을 누설한 공무원에게 최고 징역 10년형을 처하는 내용의 특정비밀보호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47.6%를 기록하며 40%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도 힘을 앞세운 법 제정이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헌법 해석 변경 시도가 변곡점=내년 초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시도가 아베 정권의 롱런과도 깊은 연관성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공명당이 반대하는 헌법 해석 변경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경우 당내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아베노믹스’의 마지막 화살인 ‘성장전략’이 이렇다할 성과마저 내지 못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지지율도 모래성과 같이 허물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미우리신문이 12일 “성장전략이 아베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라고 규정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일부에서는 아베 총리가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거나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중도 사임카드를 꺼내들거나 중의원 해산을 통한 정면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아베 총리가 첫 총리 재임시절인 2007년 7월 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는 문제 등을 추진하려다 지지율이 30%대까지 추락하고 결국 사임한 적이 있어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사바 유키 야마구치 현립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1∼2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지지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