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전쟁 이젠 AP다”

입력 2013-12-18 02:33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진다. AP는 스마트폰 앱, 게임 등을 구동할 때 필요한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다. 성능이 좋을수록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빨라진다. 삼성전자는 17일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AP에선 퀄컴, 미디어텍, 애플 등에 이어 4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롱텀에볼루션(LTE)-A를 지원하는 AP가 퀄컴 스냅드래곤 800밖에 없어서 삼성전자도 갤럭시 노트3 등 최신 제품에 직접 생산한 엑시노스5 옥타코어 대신 스냅드래곤 800을 사용하고 있다. 시장 확대는커녕 안방마저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AP 분야에서 반격을 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위드콘’ 기술을 꺼내들었다. 지난달 6일 열린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우남성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이 소개한데 이어 얼마 뒤 엑시노스 홈페이지에도 이 기술을 공개했다. ‘위드콘’ 기술은 AP와 D램을 결합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위드콘’ 기술을 적용하면 메모리 대역폭이 30% 늘어나고, 전력 소모량은 20% 낮아진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고성능 저전력 AP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64비트 엑시노스 AP도 개발 중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S5에 ‘위드콘’ 기술과 64비트 엑시노스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 윈에 AP와 통신칩을 묶은 통합칩을 최초로 탑재했다. 통합칩은 AP와 통신칩을 별도로 사용했을 때보다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어 보급형 제품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통합칩은 퀄컴만 생산해왔다.

삼성전자는 하이엔드 제품에는 첨단 기술을 적용한 AP를 적용하고, 보급형에는 통합칩을 탑재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자체 개발한 칩이 퀄컴 등에서 공급받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면 자사제품을 이용하지 않겠느냐”면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1위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AP 시장에서 금세 추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는 않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조사 결과 올해 3분기에 전 세계 AP(단일 AP, 통합칩 포함) 시장은 퀄컴이 51.7%의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다. 직접 AP를 설계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하는 애플이 17.4%로 2위, 대만 업체 미디어텍이 11.1%로 3위다. 삼성전자는 6.7%로 4위다.

PC 중앙처리장치(CPU)에서 독보적인 1위였던 인텔도 모바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인텔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제품보다 그래픽 처리 능력이 3배가량 좋아진 태블릿PC용 프로세서 아톰 Z3000 시리즈를 공개했다. 윈도8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까지 지원해 영역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