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갓 서른 김정은, 위험한 홀로서기
입력 2013-12-18 02:33
고모부이자 오랜 후견인이었던 장성택을 가차 없이 내쳐버린 서슬퍼런 갓 서른 살의 ‘김정은 유일영도체계’가 본격화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이자 집권 3년차를 맞은 17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국방위 제1위원장)는 홀로서기 정치를 시작했다. 김 제1비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이번 2주기를 기점으로 대내적으로 철권통치, 공포정치를 심화해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드러난 그는 아직 앳된 얼굴이었지만 뭔가 섬뜩하고 무모해 보이는 무서운 기운이 감돌았다.
북한은 김 제1비서와 당·군·내각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55분 평양체육관에서 추모대회를 개최했다. 형식은 김 위원장을 추모하는 행사였으나 내용상으로는 김 제1비서의 절대권력에 충성을 맹세하는 대대적인 이벤트로 치러졌다. 추모사와 결의연설 역시 김 제1비서에 대한 맹종과 찬양으로 채워졌다. 장성택 처형 등으로 혼란스러운 정권 내부를 수습하기 위해 아버지 추모 행사를 김 제1비서에 대한 당과 군, 내각의 충성 결집 계기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전체 당원과 인민군 장병, 인민들은 장군님(김 위원장)의 사상과 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하고 빛나게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동지를 단결의 유일중심,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높이 모시고 충직하게 받드는 것은 장군님의 위업을 끝까지 완성하기 위한 근본 담보”라고 강조했다.
추모대회에서 김 제1비서 바로 왼편에 앉아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1인자에 대한 절대 충성을 거듭 다짐했다. 그는 결의연설에서 “우리 혁명무력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밖에는 그 누구도 모르며 그 어떤 천지풍파 속에서도 오직 한 분 최고사령관 동지만을 받들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완전히 독립해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는 중압감이 짓누른 탓일까. 김 제1비서는 자신을 향한 충성의 열기가 가득한 대회장에서 시종 무표정하고 굳은 모습으로 일관했다. 장성택 처형 직후 현지지도에 나서면서 만면에 띠었던 미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김 제1비서는 국가안전보위부와 당 조직지도부 양대 축에 자신의 세력 기반을 두면서 친정체제 구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핵무력·경제건설 병진 노선을 고수하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대결 구도도 서슴지 않는 정치적 실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선군(先軍)정치를 전면에 내세웠던 아버지 김 위원장과 달리 노동당을 중심으로 모든 권력구도를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은 앞으로 노동당의 각종 공식 회의체를 통해 중대 결정을 내림으로써 선대와 달리 자신만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