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추락에… 시름 깊어지는 고정금리 대출자들
입력 2013-12-18 01:28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년 사이 0.5% 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며 변동금리가 하락하자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만 믿고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탔던 고객들은 다시 변동금리로 바꿔야 할지 딜레마에 놓였다.
17일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올 1월 연 2.99%(신규취급액 기준)였던 코픽스는 11월 연 2.60%까지 떨어졌다. 2010년 도입 이래 최저치다. 지난 11일 공시된 단기 코픽스(11월 30일∼12월 6일)는 연 2.52%였다.
코픽스는 9개 시중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해 산출한 것으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올 들어 코픽스가 하락하면서 변동금리 대출 금리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1월 연 2.75%에서 12월 한때 연 3.04%까지 올랐다.
한국에선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훨씬 높다. 금리 변화에 따른 위험을 고객이 직접 감수해야 하는 변동금리가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는 고정금리보다 낮기 때문이다. 당장 이자를 덜 내기는 하지만 만약 외부 요인에 의해 금리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상환 부담이 늘면서 한계에 부닥치는 가계가 속출,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도 만만찮다.
이에 정부는 2011년 6월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활성화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놨다. 2016년까지 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 하에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할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고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를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이 크게 늘어나 2011년 6월 7.3%(잔액 기준)에 불과했던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 6월 3배가량인 23.2%까지 늘었다. 지난해 11월엔 신규로 취급된 대출 중 50.5%를 고정금리가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픽스가 매달 하락세를 보이며 변동금리가 낮아지자 고정금리 대출이 크게 줄어 지난 10월 신규 대출 가운데 16.0%, 잔액 기준으로는 전체의 21.7%로 비중이 낮아졌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고정금리 대출자들 중 일부는 변동금리로 갈아타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시중은행에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묻는 문의도 종종 들어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선택의 문제이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 상황만 보고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에 따른 금리 상승 요인이 있는 만큼 조금 더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