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공화국 기독인들 2000명 피난길 올라

입력 2013-12-17 17:35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기독교인들이 최근 격화된 종교분쟁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미국의 기독교 매체인 크리스천뉴스는 프랑스군의 말을 인용해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 공항에 무장 이슬람계 반군의 공격을 피해 온 기독교인 2000여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피난민들은 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노숙을 하고 있고, 이들 바로 옆 철조망 밖에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고 크리스천뉴스는 덧붙였다.

방기에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역사상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발발한 이슬람계 반군과 기독교계 민병대 사이 교전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AFP는 16일 “10여 일간의 교전으로 600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정권의 가장 큰 희생양은 크리스천들이었다. 방기에서 활동 중인 인도기독단체의 한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이웃에게 두들겨 맞거나 칼에 찔리고 있다”며 “상점은 약탈당해 운영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복음주의협회 회장인 니콜라스 구에레코야메 목사는 “수많은 기독교들이 반군의 공격을 피해 집 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아예 마을을 떠났다”며 “2만여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미국 기독매체 카리스마뉴스는 “이번 내전으로 목회자 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지역 기독교인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아폴리네어 도노보이씨는 “무장한 반군이 기독교인들을 닭처럼 학살했다”고 울부짖었다. 아내와 자녀 6명과 피난길에 오른 이브 와이나씨는 “무슬림 주민들 사이에서 다시 들어가 산다면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불안해했다.

미국 하나님의 성회 세계선교회의 그렉 문디스 총회장은 “많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들을 위해 중보기도와 국제사회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3월 이슬람계 반군이 프랑수아 보지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이슬람계 지도자를 내세워 정권을 잡았다. 반군은 기독교계 주민들을 공격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에 따르면 지난 9개월 사이 수천명이 사망하고 40만명이 집을 잃었다. 대량학살을 우려한 국제사회 개입도 시작됐다. 프랑스는 1600명을 파병했고, 아프리카연합도 평화유지군 규모를 6000명까지 늘렸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