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 오류로 볼 수 없다”… 법원, 수험생 패소 판결

입력 2013-12-17 02:48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을 출제 오류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오는 19일 시작되는 대학교 정시모집도 예정대로 실시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16일 수험생 59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수능정답결정 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8번 문항은 교과서를 충실히 공부한 학생들이라면 풀 수 있는 문제였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보기 ㉢을 제외한 나머지 지문들은 옳고 그름이 명백해 평균 수준의 수험생들은 쉽게 답을 고를 수 있었다는 논리다. 또 8번 문항 자체도 명백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문항에 기준 연도는 없으나 교과서에도 ‘EU가 NAFTA보다 총 생산액이 크다’고 나와 있을 뿐 정확한 연도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8번 문제에서 ㉠지문은 명백히 옳고 ㉡, ㉣지문은 명백히 틀렸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정답을 고르면 2번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정답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또 수험생들이 2012년을 기준으로 문제를 이해했다 해도 EBS에 유사한 지문들이 출제된 적이 있어서 답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2012년 통계와 지문이 다르다고 해서 문제가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험생들이 교과서에 나온 내용과 객관적인 통계가 같은지 일일이 살펴볼 수는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수험생에게 이런 부담을 주는 것은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고, 수능시험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50여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자리해 판결을 지켜봤다. 이들은 재판부가 패소 판결을 내리자 실망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섰다. 수험생들을 대리한 변호인은 항소 여부에 대해 “지금 항소하면 입시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수험생들이 곧바로 항소하더라도 시간상 정시 원서 접수가 마무리되기 전에 항소심 판단을 받는 것은 무리다.

논란이 된 ㉢지문은 ‘EU가 NAFTA보다 총 생산액이 크다’는 내용이다. 교과서를 기반으로 출제된 지문이지만 2010년 이후에는 NAFTA가 EU의 총 생산액을 추월해 현실과 맞지 않게 됐다. 평가원은 지난달 27일 ‘8번 문항에 문제가 없다’며 수능 등급을 매겼고, 문항을 틀린 수험생들은 ‘문제에 오류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