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號 KT 과제와 전망… 삼성 DNA 이식·낙하산 꼬리표 떼기 ‘다목적 포석’

입력 2013-12-17 03:37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이 차기 KT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내정되면서 KT에 삼성전자의 ‘일류 DNA’를 이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인 출신인 황 전 사장이 낙점되면서 그동안 KT를 괴롭혔던 ‘낙하산 논란’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KT CEO 추천위원회가 16일 후보자 면접을 통해 황 전 사장을 KT의 새 수장 후보로 내정한 것은 일단 세계 최고 기업으로 떠오른 삼성전자의 조직 문화를 KT에 이식해달라는 바람으로 풀이된다. KT가 2002년 민영화됐음에도 여전히 공기업 같이 움직인다는 비판에 대한 해결책으로 외부 수혈을 통한 쇄신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떠오른 삼성전자와 시너지 효과를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황 사장이 2009년 삼성전자를 떠난 데다 재직 당시에도 반도체 부문을 이끌던 수장이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시너지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황 전 사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난달 이석채 전 회장 사퇴 과정에서 상처받은 KT 내부 조직을 보듬는 것이다. CEO의 거취를 두고 내부에서 날선 싸움을 벌이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조직을 융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이 전 회장 시절 외부에서 영입되며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킨 임원 30여명의 거취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첫 번째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급변하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KT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KT는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늦게 대응에 나서면서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전 회장 시절 시작한 다양한 사업 중 옥석을 가려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는 것도 황 전 사장의 몫이다.

다만 황 전 사장이 제조업에서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지만 통신 분야에서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약점이다. 일부에서는 경험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조직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황 전 사장 내정으로 KT는 계속 발목을 잡아왔던 ‘낙하산 인사’의 꼬리표도 뗄 수 있게 됐다. KT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지만 여전히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으로 낙인이 찍혀왔다.

이 전 회장이나 남중수 전 사장 등이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후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서 교체됐다는 점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차기 CEO 인선을 앞두고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청와대는 KT 인사에서 손을 떼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황 전 사장은 삼성전자를 떠난 후 이명박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정치권과는 거리를 유지해 왔다.

당초 KT CEO 후보로는 임주환 고려대 교수와 김동수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두 사람 모두 박근혜정부와 인연이 있어서다. 황 전 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업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미래 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