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무색… 대기업 금융사 자본 절반이 계열사 돈

입력 2013-12-17 02:27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무리하게 팔면서 촉발된 동양사태. 사태 이후 대기업이 금융계열사를 자금조달 창구로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상당수 재벌그룹의 금융계열사가 재출자나 대출 형태로 비금융계열사에 돈을 대주고 있어 금산분리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지정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기업 및 금융업 주력 기업집단 제외) 소속 금융계열사는 113개였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금융계열사 총 자본금(15조6880억원)의 48.65%인 7조6320억원이 같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를 통해 출자됐으며, 그 가운데 70.9%(5조4109억원)가 비금융계열사 출자분이었다. 반면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총수 및 총수 일가가 금융계열사에 출자한 금액은 자본금의 3.1%에 불과했다.

이들 금융계열사는 비금융계열사에 3855억원을 재출자하고, 3102억원가량의 대출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경우 금융계열사사 총 15개 비금융계열사에 대해 2028억원을 출자하고 있었다. 동부의 경우에도 ㈜동부메탈에 대해 금융계열사가 자본금의 31%를 출자하고 있었으며, 동양의 경우 ㈜동양에 대해 금융계열사가 자본금의 27%를 출자하고 있었다. 금융계열사가 가장 많은 기업집단은 삼성(12개)이었다. 롯데는 금융계열사의 총 자본금에서 비금융계열사의 출자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84.26%에 달했으나 총수 및 총수 일가의 지분은 0.83%에 불과했다.

박원석 의원은 “총수가 아주 적은 출자 비율에도 불구하고 비금융계열사의 출자를 통해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고, 이들 금융계열사들은 다시 비금융계열사에 출자 및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며 “금융계열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금산법을 보완해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