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 바첼레트 압승… 무상교육 확대 시동

입력 2013-12-17 01:36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중도좌파 후보 미첼 바첼레트(62)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에 성공했다. 중도좌파 진영은 의회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다수 의석을 얻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바첼레트 정부는 여세를 몰아 무상교육 확대 등 각종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칠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새로운 다수)’ 후보 바첼레트가 62%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보수우파 여성 후보 에벨린 마테이(60)는 38%를 얻는 데 그쳤다. 바첼레트가 두 배 가까운 표차로 압승한 것이다. 마테이는 개표가 끝나기 전 패배를 인정했다.

바첼레트는 2006∼2010년 칠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의사 출신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엔 올해 3월까지 유엔 여성기구 총재를 지냈다.

그는 첫 재임 중 민주주의 발전과 안정적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당시 지지율이 80%를 넘었다. 바첼레트의 이번 압승은 칠레 국민이 변화를 강력히 원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은 교육 개혁이었다. 학생들은 현행 교육제도가 이윤추구에 골몰해 공립학교 몰락과 빈부 간 교육격차 확대를 가져왔다며 2년 넘게 시위를 벌여왔다. 이들은 무상교육과 공교육 질 개선을 요구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지난 6월 이를 거부하자 학부모 단체와 교사, 부두·광산·의료 노동자가 학생들과 연대 파업을 벌였다.

바첼레트는 당선 확정 후 “칠레는 이제 변화를 이룰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며 무상교육 확대, 조세제도 개혁, 개헌 등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모든 국민에게 무상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조세 개혁은 무상교육 확대와 맞물려 있다. 현행 20%인 법인세율을 25%로 높이는 방식 등으로 무상교육 재원을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바첼레트는 내년 3월 11일 취임 후 100일 안에 교육개혁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조세 개혁은 2015년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개헌 초점은 복지국가의 이상을 명시하고 국민의 권리를 강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중도좌파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권 시절(1980년) 제정된 현행 헌법에서 비민주적 요소를 솎아내겠다는 방침이다. 리카르도 라고스 전 대통령 때인 2005년 시도됐던 개헌은 실패했었다.

중도좌파 진영은 지난달 대선 1차 투표와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전체 120석 중 57석이던 하원 의석은 68석으로 늘었다. 보수우파는 55석에서 48석으로, 무소속은 8석에서 4석으로 줄었다. 전체 38석인 상원에서 중도좌파는 무소석 2석 중 1석을 가져오면서 21석을 얻었다. 보수우파는 16석을 그대로 유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