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정권 1년] ‘3개의 화살’ 실험 내년 성패 갈린다
입력 2013-12-17 01:35
(중) 절반의 성공 아베노믹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16일 집권과 함께 내놓은 경제정책 ‘아베노믹스(Abenomics)’는 이른바 ‘세 개의 화살’로 구성돼 있다. 세 개의 화살은 ①시중에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②재정지출 확대 ③성장전략 등으로 요약된다.
세 개의 화살은 일본 전국시대 영주인 모리 모토나리의 고사에서 차용했다. 모리 영주가 세 아들을 불러 하나씩 화살을 꺾자 쉽게 부러졌지만, 세 개를 묶으니 아무도 꺾지 못했다. 세 가지 경제정책의 유기적 조합을 강조한 것이다.
◇절반의 성공=16일 ‘아베노믹스 1년’이 된 시점에서 대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한계도 보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임명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신임 총재는 4월 취임 직후 엔화 공급 및 국채 매입을 2년 내 2배로 늘리는 과감한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았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이다. 아베 내각은 앞서 1월에는 20조엔 규모의 재정정책을 마련, 두 번째 화살을 쏘아 올렸다. 금융정책 완화와 정부예산 투입을 병행해 경기부양에 나선 것이다.
두 개의 화살은 금방 효과를 냈다. 일본 수출산업의 발목을 잡아왔던 엔고(高)가 1년 사이 달러당 78엔에서 100엔대의 엔저(低)로 돌아섰고, 이에 힘입어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던 일본 경제가 살아났다. 지난 1,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4% 안팎을 기록했고 정체된 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주가도 올 들어 급등했다. 장기 침체에 신음하던 일본 경제가 일단 기지개를 켰다는 점은 아베노믹스의 커다란 성과다.
◇내년이 시험대=하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3분기 GDP가 연율 기준 1.1%로 급락했다. 특히 10월 경상수지가 1279억엔 적자를 기록, 시장 예상치인 1489억엔 흑자에 크게 못 미쳤다. 경상수지 적자는 9개월 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 증대, 민간의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기업의 투자 등이 여전히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내년 4월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민간 소비마저 얼어붙을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민간이 경기회복을 견인하지 못하는 것은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기업의 구조조정, 규제 완화 등이 불가피하지만 이 같은 핵심 정책은 없고 성장산업 육성 나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코이치 하마다 미 예일대 교수는 “아베 총리의 첫 번째 화살은 엔저 등 직접적인 효과를 낸 점에서 A, 두 번째 화살은 재정적자 우려가 커져서 B, 세 번째 화살은 아예 과녁을 벗어난 점에서 E”라고 점수를 매겼다. 공교롭게도 아베 총리의 영문 이름인 ‘ABE’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