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장기화] 탈선·멈춤 이어 사망사고에도… 노·사 “네 탓” 공방만
입력 2013-12-17 01:38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중 대체인력 투입 열차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파업에 따른 승객들의 안전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각종 열차 사고 소식으로 시민들의 불안감도 점점 증폭되고 있다. 아울러 16일 수도권 전동열차가 첫 감축운행에 들어간 데 이어 17일에는 KTX도 감축운행될 예정이어서 승객들의 불편도 커질 수밖에 없다.
15일 오후 9시쯤 서울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하차 중이던 김모(84·여)씨가 전동차 문에 끼인 채 1m 이상 끌려가다 공사 중인 스크린도어에 부딪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승무원(차장)이 김씨의 신체나 옷이 문틈에 끼인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전동차를 출발시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전동차는 필수 유지인력인 기관사와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1학년 학생이 차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철도노조는 16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레일 직원이 차장으로 발령이 나도 신입은 최소 100시간 훈련을 거쳐야 한다”며 “무자격자의 열차 승무를 중단하라는 노조의 지속적인 요청을 무시해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반면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은 “열차는 10㎜ 이상 문틈이 벌어지면 출발할 수 없다”며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학생도 문이 닫힌 것을 확인했다고 하고 기관사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교통대 학생은 평소에도 교육을 받고 1년에 4주간 현장 실습도 거친다”며 “현재로선 차장을 대체인력으로 채우지 않으면 수도권 전동차는 한 대도 운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화물 열차 탈선, 전동차 멈춤 등 크고 작은 사고에 이어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안전사고 방지 차원에서 추가 감축운행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체인력의 피로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감축된 체제가 오래 유지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전동열차는 이날 출퇴근 시간을 피해 8.4% 감축운행으로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추가 감축에 들어갈 경우 출퇴근 승객들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 17일부터 평일 기준 12% 감축운행에 들어가는 KTX도 추가 감축에 들어갈 경우 장거리 승객들까지 대규모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역대 최장기록을 넘어섰지만 노사 양측의 협상 재개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최 사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철도노조의 토론 제안에 대해 “파업 수습이 먼저”라며 사실상 거절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