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치 2주년] 군부의 충성 맹세 받아 黨 중심 1인 지배 강화

입력 2013-12-17 03:42

북한군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2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대원수님의 유훈을 지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를 단결과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높이 받들어 모시고 결사옹위할 것을 다짐하는 조선인민군 장병들의 맹세모임이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맹세모임에는 최룡해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이영길 총참모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윤동현 인민무력부 부부장 등 군부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최 총정치국장은 대표로 나서 “(김 제1위원장을) 유일중심으로 더 높이 받들어 모시고 결사옹위할 충성의 신념과 의지를 담아 엄숙히 맹세한다”고 말했다. 발행된 사진과 동영상에선 집결한 군인들이 약식 분열행진을 하기도 했으나 김 제1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맹세모임을 공개한 것은 김 제1위원장이 군 전체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김 위원장 사망 2주기 이후 북한에선 군을 중심으로 한 ‘선군(先軍)정치’가 배제되고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김 제1위원장의 1인 지배체제가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김 제1위원장의 인민군 제313군부대 산하 ‘8월25일수산사업소’ 현지지도 사진에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현수막이 걸렸다. 군부대 내에서 ‘군’이 아닌 ‘당(黨)’이 강조된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올 초부터 아버지 김 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 중심의 정치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그 흐름의 큰 축은 막강해진 군부의 힘을 빼고, 당·군에 인맥이 깊은 장성택을 처형한 것이라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미 군에서는 장 부장, 이 총참모장 등 젊은 소장파들이 핵심 직위를 꿰찼다. 대장 직함도 함께 가지고 있는 장성택마저 제거된 상황이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4월 4차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을 27명에서 36명으로 충원했다. 박봉주 총리도 정치국 위원으로 선임해 내각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했다. 또 당 대표자회, 당 중앙위 전원회의 등 공식 회의체를 활성화했다. 최근 신(新) 실세로 주목받고 있는 황병서·마원춘·박태성 등도 모두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들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제1위원장이 노동당을 통해 군과 내각 등을 움켜쥐고 1인 지배체제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