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채무 5조원 육박… 재정위기 우려

입력 2013-12-17 02:28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채무 보증으로 무분별하게 개발사업을 추진한 결과 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금 미상환 시 떠안게 될 우발채무가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채무보증 과정에서 공사비 부풀리기, 허위보고, 사업비 횡령·유용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지자체 채무보증사업 감사 결과 31개 지자체와 5개 지방공기업에서 총 39개 사업과 관련해 민간업체 등 대출금에 총 4조9322억원의 채무보증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외에 경기도 군포시 등 10개 지자체에서 2조744억원의 채무보증을 추가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보증채무가 현실화될 경우 재정위기가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지자체의 채무는 채무금액이 정해진 확정채무(지방채, 일시차입금 등)와 확정되지 않은 우발채무(보증채무 등)로 구분된다.

일부 지자체들은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지방채 발행에 비해 절차가 용이한 민간업체 대출금을 채무보증하는 방법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 증평군의 경우 채무보증을 통해 2012년 군 예산액의 75.4%에 달하는 1235억원을 조달해 ‘증평2 산업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충북 괴산군은 자본금 1억원인 특수목적법인(SPC)을 민간업자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뒤 800억원을 대출받도록 채무보증해 대제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사설계 내역도 검토하지 않아 82억여원이 부풀려진 계약을 체결했다.

채무보증 대출금은 눈먼 돈으로 SPC 대표이사들의 횡령·유용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전남 영광군이 대마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위해 900억원을 채무보증한 SPC의 대표이사는 이사회 승인 없이 89억여원을 무단 인출해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했다. 경남 하동군이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위해 845억원을 채무보증한 SPC 대표이사는 운영비 3억8000만원을 개인계좌로 이체해 개인채무 상환 등에 사용했다. 감사원은 두 대표이사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8개 주요 지방공기업의 재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8000억원의 성과급을 임직원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5년간 서울메트로 2918억원, 서울도시철도공사 1815억원, 부산교통공사 1013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같은 기간 58개 지방공기업의 부채규모는 67% 증가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