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치 2주년] 건성건성하다 ‘불경죄’ 찍힐라… 新실세들 수첩 들고 정자세
입력 2013-12-17 01:28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권력의 신(新)실세로 부상한 인사들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한 김 제1위원장의 제313군부대 산하 ‘8월25일수산사업소’ 현지지도 사진을 살펴보면 황병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마원춘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정자세로 김 제1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건성건성 딴청을 피우는 듯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노동신문 1면에 공개된 김국태 검열위원장 조문 사진에서도 김 제1위원장이 선 채로 시신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당·군 주요 인사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애도를 표하고 있다.
앞서 장성택 처형 이후 김 제1위원장의 첫 공개활동으로 인민군 설계연구소 방문을 보도한 5장의 사진에서도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황 부부장은 모두 수첩을 들고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정자세로 김 제1위원장의 발언을 받아 적는 장면도 포착됐다. 15일 보도된 마식령스키장 현지시찰 사진에서도 황 부부장은 수첩을 든 채 두 손을 모으고 있었고, 바로 뒤 마 부부장은 입을 꽉 다문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 총정치국장, 장 부장, 황·마 부부장은 모두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정권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과거 장성택처럼 수행 중에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뒷짐을 지거나 비스듬한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40여년간 2인자로 군림했고, 고모부였던 장성택마저 처형된 상황에서 당과 군 주요 간부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신실세들이 김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 판결문을 살펴보면 장성택 처형 죄목으로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 다음으로 ‘불경죄’가 꼽혔다. 판결문에는 당 제3차 대표자회에서 김 제1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칭호를 받았을 때 “장성택이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했다”고 적시돼 있다.
북한 주민들도 극도의 공포정치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북한방송은 평양 소식통을 인용, “국경 지역에 군 보위사령부와 보위부 소속 1만여명의 검열원이 파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지금 겉으로는 평온한 것 같아 보이지만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온갖 소문이 퍼지면서 내부가 어수선하다”며 “장마당(시장) 등에서도 검열에 동원된 군인들이 민간복을 입고 암행어사처럼 주민 동향을 파악한다”고 소개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