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오 전남대 융합연구단, 암 진단·치료용 박테리아 나노로봇 첫 개발
입력 2013-12-17 01:32
머리카락 굵기 25분의 1 크기의 아주 작은 로봇이 몸 속 곳곳을 돌며 숨은 암을 찾아내고 치료를 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획기적 암 치료가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유방암과 대장암의 진단·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박테리아를 이용한 의료용 마이크로(100만분의 1 크기) 로봇인 ‘박테리오봇(bacteriobot)’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박테리오봇은 미생물을 뜻하는 박테리아(bacteria)와 로봇(robot)을 합친 말이다.
전남대 박테리오봇 융합연구단 박종오(사진) 단장팀은 생물과 무생물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개념의 3마이크로미터(㎛) 크기 초소형 로봇을 개발, 동물 실험을 통해 타당성을 입증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인터넷판 최신호에 발표됐다.
박테리오봇은 암이 뿜어내는 특정 단백질을 쫓아가 암을 공격하는 특성이 있는 박테리아(살모넬라균)와 약물을 품고 있는 마이크로구조체(캡슐)로 구성돼 있다. 박테리아는 유전자 조작으로 독성이 제거됐으며, 꼬리 모양 편모를 움직여 조직이나 혈액 속을 유영한다. 이 박테리아들은 항암제가 들어 있는 마이크로캡슐을 밀고 암이 있는 곳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설계됐다. 박테리오봇이 암에 도착하면 마이크로캡슐이 터지면서 암 표면에 항암제가 뿌려진다. 박테리오봇은 평균 초속 5㎛로 이동한다.
박 단장은 “혈관을 통과할 때 혈류 등에 의해 박테리아와 마이크로캡슐이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강력한 결합 방식을 갖도록 한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면서 “암에 걸린 쥐의 꼬리 정맥을 통해 박테리오봇을 주사한 뒤 형광영상장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암세포 주위에 박테리오봇이 모여든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