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로렌스’ 주연 피터 오툴 별세

입력 2013-12-17 01:30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주연을 맡았던 아일랜드 출신의 명배우 피터 오툴이 14일(현지시간)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고 BBC 등이 15일 보도했다. 향년 81세. 그는 영국 런던 웰링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1970년대 위암을 극복하기도 했던 그는 오랜 투병생활로 말년에 너무 말랐지만 잘 생긴 외모와 푸른 눈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아일랜드 출판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오툴은 북(北)잉글랜드에서 성장했으며 잠시 기자와 영국 해군 무선병으로 일하다 왕립연극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연극무대에 등단한 그는 곧바로 재능을 발휘했으며 1955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연기하면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이후 1962년 사막의 서사시로 불리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주연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그는 ‘베킷’(1964년), ‘겨울의 사자’(1968년), ‘굿바이 미스터 칩스’(1969년) 등에서 잇따라 주연을 맡으며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비롯해 모두 8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됐지만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오툴에게는 아카데미상 최다 수상실패 배우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일부에서는 그가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것은 ‘오스카의 실수’라는 지적까지 했다.

그는 아카데미상 수상에 실패한 뒤 2003년 공로상을 받는 자리에서 “세상에, 주인공은 못되고 늘 들러리만 섰네요”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네 차례의 골든글로브상과 한 차례 에미상을 받았다.

지난해 80세 생일을 맞아 “배우라는 직업에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그의 임종 소식에 마이클 하긴스 아일랜드 대통령은 “영화와 연극계의 거물 중 하나를 잃었다”며 추모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