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서완석] SNS, 항상 유익하기만 할까

입력 2013-12-17 01:35


스마트폰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은퇴자에게는 최고의 장난감이라고 예찬하던 한 지인은 최근 즐겨 하던 SNS에서 탈퇴했다고 했다. 새로운 만남이 쉽지 않은 은퇴자에게 SNS는 새로운 교제의 기회를 줬지만 별 생각 없이 올린 글이 타인에게 엉뚱한 오해를 산 것이다. 그럴 즈음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자신이 싫어지면서 아예 SNS 계정을 끊어버렸다. 자신처럼 SNS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도 인터넷을 통해 그때 알았다.

한 공기업 취업희망자는 면접장에서 회사가 자신의 신상정보를 낱낱이 알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인사담당자들이 피면접자의 SNS상 정보를 수집해 면접에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철없던 시절 여기저기 올린 글들이 부메랑이 돼 채용시험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례도 꽤 있다고 한다.

인터넷 사생활 법적 보호 한계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나머지 많은 사람이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자신의 정보를 지우고 싶지만 이 또한 쉽지가 않다. 이미 복사나 링크로 인해 무한정으로 확대 재생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을 삭제하고 싶은 권리, 즉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지난해 1월 유럽연합(EU)에서 처음 법제화됐다. 이혼·전과 등 기억하고 싶지 않은 ‘디지털 주홍글씨’를 삭제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호소가 반영됐다.

하지만 미국은 이 같은 법제정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지만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기업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배경에 깔려 있다. 한국도 지난 2월 인터넷에 노출된 개인의 사진, 정보 등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공인에 대해서는 잊혀질 권리 못지않게 국민들의 ‘알 권리’와 ‘기억할 권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잊혀질 권리’가 법제정의 어려움 때문에 주춤하는 사이 개인이나 기업의 사이버 흔적 지우기가 새로운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전망한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많은 개인 정보를 보유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다. 구글은 최근 사람이 죽은 뒤 과거 정보가 떠도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메일함, 사진 등의 정보를 모두 없앨 수 있는 ‘휴면계정관리자’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개인이 기록 보존에 신중해야

흔적을 지우는 데도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현실을 감안해 최근에는 사용자가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 타이머로 소멸시점을 지정할 수 있는 신기술도 나왔다. 또 디지털에 남긴 메시지가 몇 초 뒤에 사라지게 하는 기술도 인기를 끌고 있다. SK플래닛은 최근 메시지 확인 후 10초가 지나면 보낸 메시지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메신저인 ‘프랭클리 메신저’를 내놓았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처럼 비밀지령이 10초 후 소멸되는 것에서 힌트를 얻은 듯하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워 프라이버시를 온전히 지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현행법상 자신의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에 관한 것이 아니면 삭제 권한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제 법으로도, 기술로도 완벽한 삭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사받는 일기장’처럼 각자가 알아서 적절하게 수위조절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아무 의미 없이 올린 각종 정보가 부메랑이 돼 되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초등학생 때부터 올바른 인터넷 교육이 이뤄져야겠다.

서완석 체육부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