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홍배] 모두가 행복한 주택사업 되려면
입력 2013-12-17 01:35
요사이 행복주택 개발 사업이 정부와 주민 간 의견대립의 첨예화로 인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행복주택사업이란 도심 내 철도부지와 같은 국공유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과 같은 주거취약계층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중인 주거복지 사업이다. 행복주택이 과거 주택정책과 다른 점은 사업의 입지가 도심이라는 점과 수혜대상이 젊은 계층이라는 점이다.
행복주택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미활용 공간에 주거기능을 입지시킴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기여하며, 주거가 불안정한 계층에게 안정된 거주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사회복지를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젊은 계층인 20∼30대 인구가 서울시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 23.5%에서 2012년 19.5%로 낮아졌다. 비율 하락은 바로 젊은 인구가 외부지역으로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10년 전 서울시의 젊은 계층 순 인구유출(전입-전출)은 1만6000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3만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즉, 젊은 계층의 서울 이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장래 서울시의 도시 활력은 떨어질 수 있다. 젊고, 활동력이 왕성한 주거취약계층에게 직주근접이 가능한 용지를 발굴하여 안정적 주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행복주택 사업이 왜 표류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도시사회의 특성과 정부와 주민 간 소통의 문제에서 찾고 싶다. 먼저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의 선호도와 행동원리는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사회복지의 실현이라는 거시적인 정책목표와 개인들의 권리주장 사이에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정책추진과정에서 갈등과 반목은 도시사회에서 항시 발생하는 문제이다.
여기서 정부가 인식해야 할 것은 여타 사람들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시문제가 본질적으로 희생과 양보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임을 의미한다. 즉,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특정인들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내를 갖고 기다리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해결책이 보인다. 먼저 정부는 실적 달성에 급급하기보다는 주민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업의 당위성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왜 주민이 반대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에 대해 열린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예를 들면 사업 규모나 입지 그리고 도입용도 등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들이 감당하게 될지도 모를 불편을 먼저 찾아내고, 그 불편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주민들도 행복주택사업이 앞으로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젊은 계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행복주택이 진정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임을 실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모델개발을 통해 주민들이 오히려 자발적으로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받고자 하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정책 추진과정에서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분쟁과 반목의 비용은 크게 감소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정부와 주민들의 원활한 소통과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기대한다.
김홍배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