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도 “안녕들 하십니까”
입력 2013-12-17 01:44
‘드르륵’(선생님이 교실 문 여는 소리)
“안녕들 하십니까.”(선생님을 향한 학생들의 인사)
서울의 한 고교 영어교사 A씨는 16일 학생들에게 평소와 다른 아침 인사를 받았다. 보통 A교사가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서면 “안녕하세요”나 “안녕하십니까”로 인사하던 학생들이 이날은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외쳤다. A씨는 “학생들도 SNS나 뉴스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소식을 듣고 유행어처럼 인사말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생 B군은 지난 14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중단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난처럼 건넨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인사가 계기였다고 한다. 장난처럼 인사를 주고받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근처에서 집회가 있다는 말에 “서울역에 가보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대학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고등학교에까지 확산되면서 청소년 사이에 ‘안녕들 하십니까’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인사말을 대체하기도 하고 모바일 메신저 상태메시지를 ‘안녕들 하십니까’로 바꾸기도 한다. SNS에서 이슈가 되다보니 막연히 따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사회 문제에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전북 군산여고 교내 게시판에는 밤사이 1학년 학생(16)이 쓴 ‘고등학교 선배님들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걸렸다. 대자보를 쓴 학생은 “바로 앞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시국 미사가 일어났을 때도,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여 철도 파업이 일어났어도 전 안녕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고등학생이니까요”라며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