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노세력의 과격 발언은 자승자박일 뿐
입력 2013-12-17 01:42
친 노무현 세력은 1년 전 대선 때 문재인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패했지만 절반 가까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한때 나라를 운영했고, 지금은 야권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의 잘못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비판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서 나온 친노 인사들의 발언은 논리와 품격을 갖추지 못해 국민을 실망케 했다. 승자에 대한 저주이자 패자의 한풀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토크콘서트에 나와 발언을 주도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성택 숙청·사형과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은 같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적용 혐의에 사실적 근거 제시도 없는 여론몰이란 점에서 같다는 논리였다. 대한민국 장관을 지낸 사람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1인 독재국가에서 오로지 권력유지를 위해 피의 숙청을 자행한 것과 민주주의 법체계에 따라 사법부에서 재판중인 사건을 동일시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망발이다.
유 전 장관이 박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같은 성격의 지도자인 양 묘사하면서 박 대통령을 ‘박통 2세’라고 호칭한 것도 매우 부적절하다. 김정은이야말로 권력을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독재자 손자다. 그야말로 세계인의 조롱거리인 ‘김일성 3세’다. 그에 비교할 것도 없이 박 대통령은 부녀 대통령의 기록을 갖고 있지만 국민 직선에 의해 최고 권좌에 오른 사람이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을 마치 권력을 세습한 것처럼 2세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민란’ 발언도 듣기에 거북하다. 그는 “헌법체계 안에서 선거로 이기되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참여형밖에 없다. 그걸로 안 되면 민란으로 뚫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대선 때 ‘백만송이 민란’을 주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란이 민중봉기를 뜻하는 건 아니겠지만 국민들을 섬뜩하게 하는 발언임엔 틀림없다. 총리를 역임한 이해찬 의원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도 지나치게 정파적이다.
친노 세력의 과격한 발언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 결집을 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돼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발언은 기존 지지층을 다시 결속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외연을 넓히는 데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대통령을 헐뜯고 국론을 분열시켜 반사이익을 취하려 할 경우 중립지대 유권자들은 영영 등을 돌리게 된다. 재집권을 바란다면 오직 국리민복을 기준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그들이 집권 경험이 있기에 국민들은 더더욱 그런 책임 있는 자세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