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호황 속 난제… 대기업 제작 영화 스크린 독과점 심각

입력 2013-12-17 01:43

영화계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해묵은 난제들이 쌓여 있다. 특히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다양한 규모의 영화가 공존하는 환경을 망가뜨리고 관객의 영화 선택권까지 침해한다는 점에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크린 독과점은 CJ와 롯데 등 대기업이 제작 및 배급을 맡은 영화가 전국 개봉관의 상당수를 장악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가령 올해만 하더라도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아이언맨 3’, 청춘스타 김수현(25)을 앞세운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개봉 당시 전국 스크린(2496개)의 절반이 넘는 1300여개 상영관을 차지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대박’을 터뜨린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1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작품 대다수는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영화계에선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7월엔 국내 대학 영화과 교수 56명이 모여 이 문제가 야기하는 폐해를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상당수 한국영화는 제작돼도 상영할 공간이 없다”며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독과점해서 흥행하고 다수의 영화는 피해를 보는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관객들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의 심각성에 동감하는 분위기다. 영화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가 관객 1만471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지난 10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영화계의 가장 큰 문제로 언급된 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상영 환경’(37%)이었다. 2위와 3위는 각각 ‘소수 배우들에게 집중된 영화제작’(30%), ‘실제보다 과장된 영화 홍보’(16%)였다.

영화 스태프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근무 환경도 풀어야할 숙제다. 영화 스태프 중엔 표준근로계약서도 없는 상태에서 촬영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영화산업협력위원회가 조사한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태프들의 연평균 소득은 916만원에 불과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