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목사의 시편] 겨울 신앙
입력 2013-12-17 02:44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 내가 사는 분당에도 눈이 6㎝ 이상 내렸다. 퇴근하는 차들이 서로 엉켜 길 위에서 정체하다시피 하였다. 집까지 7㎞를 가는 데 평소 10분이면 가는 길을 2시간이나 걸려서 갔다. 어릴 적에는 눈 오는 것이 신나고 기뻤는데 이제는 눈이 오면 걱정부터 된다. 교회 주차장 눈을 치워야 되고, 교회 입구가 빙판이 되지 않도록 제설작업을 해야 한다. 또 교인들이 교회를 오는 데 혹시 사고 나지 않나, 미끄러지지 않나 걱정이 된다.
나는 눈이 많이 내리는 시카고에서 12년을 살았다. 한번은 시카고 시장이 눈을 제대로 치우지 못해 시민들이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자 화난 시민들이 그 다음 선거에 그 시장을 뽑아주지 않았다. 그 다음 시장 선거에서 “저는 열심히 눈을 치우겠습니다”라고 말한 사람이 시카고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눈 치우는 것은 생활과 연결된 것이요,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겨울은 사고 나기 쉬운 계절이다. 특별히 눈과 빙판 위에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와 같이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는데 봄은 씨를 뿌리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계절인가 하면,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과 시원한 바람을 통하여 모든 식물이 성장하는 계절인가 하면, 가을은 모든 곡식이 영글어 가는 추수의 계절이다. 이 세 계절은 누구나 좋아한다. 그러나 겨울은 달가워하지 않는 계절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 사계절을 주셨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 가면 겨울이 없다. 인도네시아 보루네오에는 많은 나무들이 있는데 빨리 자라는 큰 나무들도 많이 있다. 그런데 대개 겨울을 나지 않는 나무라서 야물지 않고 약하여 나왕이나 합판을 만들어 쓰지만 좋은 가구 재료로는 쓰지 못한다. 좋은 가구 재료는 북유럽이나 알라스카 지역에서 추운 겨울을 지난 나무 재목을 사용한다.
미국 유학생들 사이에 불문율이 있다. 그것은 겨울이 없는 캘리포니아나 하와이 쪽에서는 박사 학위를 쉽게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날씨가 너무 좋아 도서관에 앉아 있기가 너무 힘들어서 바다로 산으로 놀러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뉴욕 동부에 있는 예일대나 하버드대는 6개월이 겨울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바깥에 나가기가 힘드니 늘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한다. 일기와 공부는 함수관계에 있다. 날씨 좋은 곳에 있는 사람은 공부하기보다 나가서 놀고 싶은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니 겨울은 나쁜 것만이 아니다.
인생에 겨울을 만나면 기도하게 되고 회개하게 된다. 베드로도 감옥에서 겨울을 만나고 바울도 감옥에서 겨울을 만난다. 인생의 겨울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 겨울은 봄이라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기 때문이다.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겨울이 오기 전에 겉옷을 가져오라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믿음의 겉옷을 가지고 이 겨울을 나야 할 것이다.
“네가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고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딤후 4:13)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