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상처 씻어준 타클로반의 성탄 트리
입력 2013-12-17 02:48
크리스마스 트리가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 어린이들의 아픈 상처를 씻어줄까.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폐허가 된 필리핀 레이테섬의 수도 타클로반에 성탄 트리가 등장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피해가 집중된 타클로반의 시청 앞 광장에는 지난 12일 17m 높이의 대형 성탄 트리가 불을 밝혔다. 긴급구호 물품으로 배포된 생수병과 태풍으로 파괴된 수도관 등으로 만든 ‘재활용 트리’였다. 태풍으로 집을 잃은 벨라 쿨라(45)씨는 “시청 앞에 성탄트리를 볼 수 있어서 기쁘다”며 “재난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성탄절이 있다는 것이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성탄 트리에 모여들어 오랫동안 떠나지 못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타클로반 일대에 ‘아동중심센터(CCS)’를 6곳 설치해 태풍을 겪은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심리적 충격을 치료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재단은 “재난 속에서 어른들이 생존에 매달릴 때 어린이들은 학대와 성폭력 등에 노출되기 쉽다”며 “방치되는 어린이들이 심리적 외상을 치료받고 체계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CCS에 배치해 임시 학교를 운영하는 한편 태풍의 상처를 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에 따르면 이번 태풍 피해자의 42%가 어린이다. 18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집을 잃었고, 1만2000곳의 초등학교와 1만 여 곳의 육아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